[MARKET & MONEY] SBS 주가도 웃을까

우리나라 월드컵 대표팀이 조별 예선 1차전인 그리스전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면서 월드컵 관련주(株)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관련주들의 주가는 반대로 가는 분위기였다. 월드컵 수혜주로 막연히 분류됐던 기업들에 대한 시장의 재평가가 이뤄지면서 개막식 날 대다수 관련주가 약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월드컵이라는 이벤트로 단기적인 수혜가 있을 수 있지만, 실적보다는 막연한 기대감에 상승세를 보였던 만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월드컵 개막일인 지난 11일 월드컵 최대 수혜주로 증권가의 주목을 받던 SBS미디어홀딩스는 400원(-10.13%) 하락한 355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자회사인 SBS도 전날보다 3.00% 떨어진 3만8800원에 장을 마쳤다.

SBS미디어홀딩스는 자회사인 SBS가 월드컵 단독중계로 높은 매출액을 기록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이달 들어서만 두 번의 상한가를 비롯해 5일간 급등세를 보였다. 하지만 월드컵 이후 실적이 다시 급감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주가가 곤두박질쳤다.

김동준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월드컵을 앞두고 SBS 실적에 대한 기대감이 크지만, 일반적으로 국내 광고주들은 연간 광고비 규모를 책정해 집행한다"며 "SBS의 실적은 월드컵 기간 이후 다시 급감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월드컵 조별 예선 1차전을 압도적으로 승리하면서 수혜 기간이 길어져 추가적인 매출 증가가 예상된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리스전(戰) 승리로 인한 광고매출 증가로 주가의 상승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이희정 SK증권 연구원은 "한국 선수들의 경기결과에 따라 SBS의 이익확대가 예상된다"며 "월드컵 이후에도 민영 미디어렙 시행시 전반적인 단가 인상과 KBS 수신료 인상에 따른 수혜도 지상파 방송사가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월드컵 수혜주라는 타이틀이 의심되는 종목들은 투자자들이 차익 실현에 나서면서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3D TV 관련주인 티엘아이의 경우 4%가량 하락했으며, 케이디씨와 잘만테크 등도 주가 변동 없이 거래를 마감했다. 거리 응원 열풍으로 월드컵을 밖에서 시청하는 수요가 늘어나 오히려 TV 판매가 감소할 수 있다는 분석 때문이다.

반면 응원하는 사람들이 간식으로 많이 먹는 닭고기 관련주들은 개막식 날 월드컵 테마주 중 유일하게 상승세를 보였다. 이날 하림과 마니커는 각각 1.56, 0.75% 상승했다.

허영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테마주의 경우 실적으로 주가가 상승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심리적인 요소가 부각된 측면이 있으므로 종목별로 실질적인 수혜가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