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영화] 몸싸움 싫다는 엽문도 홍금보 액션은 그리워?

중국 무술영화가 국내 극장가에서 사라진 지 오래, '엽문'은 맨손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쿵후영화 팬들에게 반가운 시리즈다. 16일 개봉하는 '엽문 2'는 작년 개봉한 1편보다 더 다이내믹하고 재미도 있다. 무엇보다 1980년대 성룡, 원표와 함께 코믹 쿵후 3인방 중 한 명이었던 홍금보의 쿵후를 오랜만에 보는 것이 반갑다.

중일전쟁 이후 일본군의 핍박을 피해 홍콩으로 거처를 옮긴 영춘권의 계승자 엽문(견자단)은 홀로 수양에만 정진하던 삶에서 벗어나 제자를 받아들이기로 한다. 어렵게 마련한 도장에 젊은이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지만 홍권의 고수 홍진남(홍금보)은 "도장을 차리려면 각 권법 고수들의 도전에 응해야 한다"며 그를 결투장으로 부른다. 홍진남은 또 홍콩의 치안을 맡은 영국인 경찰서장에게 상납하기 위한 회비를 엽문에게 요구한다.

1편에서 엽문은 가능한 한 싸움을 피하는 인물이었다. 속편에서 그는 적극적으로 결투에 나선다. 다른 권법에 비해 손을 많이 쓰는 영춘권은 상대의 팔다리를 부드럽게 타고 넘으며 허점을 강타한다. 이 권법의 특징적인 움직임과 견자단의 무념 무상한 표정이 잘 어울린다.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각 권법의 고수들이 모여 엽문을 상대로 결투를 벌이는 '원탁 위의 쿵후' 장면이다. 도장 한가운데 커다란 원탁이 있고, 그 탁자에서 떨어지면 지는 것이다. 물론 와이어를 쓴 액션장면이지만, 좁은 탁자 위에서 호랑이와 표범이 싸우는 듯한 쿵후 대결은 흥미진진하다. 특히 '엽문' 시리즈의 무술감독이기도 한 홍금보의 녹슬지 않은 움직임이 감탄스럽다. 홍금보와 견자단 대결의 마무리는 매우 중국 무술영화답다.

영화의 결말은 서양의 권투와 동양의 쿵후 간 대결이다. 권투 경기장에서 쿵후 시범을 보이던 중국인들과 영국 챔피언이 우발적으로 붙으면서 대결이 벌어지는 전개는 억지스럽다. 그러나 원래 쿵후 영화란 새롭고 강력한 도전자를 쿵후 고수가 물리치는 이야기이고, 그렇기에 피식 웃으면서 또 보게 되는 것이다. 16세에 엽문의 제자가 되어 영춘권을 배우는 이소룡이 영화 말미에 꼬마로 등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