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KET & MONEY] 801호·804호 분양가 2000만원이나 차이나네

삼성물산이 이달 초 분양했던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래미안 그레이튼'. 이 아파트는 같은 동(棟), 같은 층에 있는 동일 면적 아파트도 분양가격이 2100만원 차이가 난다.

86㎡(26.1평)짜리 801호의 분양가는 6억7400만원, 804호는 6억9500만원이다. 다른 층도 1호 라인보다는 4호 라인의 가격이 2100만원 더 비싸다.

같은 층, 같은 면적의 아파트 가격이 이처럼 차이가 나는 이유는 향(向)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 아파트의 1호 라인은 거실이 동남쪽으로 나 있지만 4호 라인은 정남향이다.

최근에 건설사들은 디자인을 강조하면서 널찍한 판자처럼 좌우로 퍼져있는 판상(板狀)형 아파트보다는 탑을 세워 놓은 것 같은 길쭉한 모양의 탑상(塔狀)형 아파트를 많이 짓는다.

판상형 아파트에서 같은 층에 있는 집들은 모두 같은 방향을 바라보지만 탑상형은 같은 층이라도 몇 호(號)인지에 따라 조망이 달라진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층이나 향에 따라 소비자의 선호가 갈리고 실제 시세에도 영향을 줘 가격을 차등 적용했다"고 했다.

건설사들이 분양가를 세분화하는 현상은 최근 2~3년부터 본격화됐다. 대우건설이 지난 2006년 경기도 평택에서 분양했던 18층짜리 아파트는 분양가가 1·2층, 기준층, 최상층 등 3구간으로 나뉜 게 전부였다.

이후 2008년에 경기도 시흥에서 분양한 30층짜리 아파트는 4~6층, 7~15층, 16~24층, 25~30층 등 4개의 그룹으로 나눴고 최근엔 모든 층의 가격을 다르게 책정한 아파트가 나오고 있다.

대우건설이 얼마 전 서울 송파구 신천동에서 공급한 '잠실 대우 푸르지오 월드마크'는 모든 층의 분양가가 다르다. 특히 120㎡(36.4평)짜리 아파트는 38층의 분양가는 13억8200여만원으로, 10층에 비해 1억3000만원 정도 비싸다.

층이나 향에 따라 분양가가 달라지는 것처럼 실제 거래에서도 매매가격은 층, 평면 등에 따라 수천만원에서 수억원까지 차이가 나기도 한다. 서초구 반포동의 116㎡(35.2평) 아파트는 1층이 11억1000만원에 거래됐지만 28층은 14억원에 매매가 이뤄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