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KET & MONEY] 강남 부자들, ELS에 푹 빠졌네

지지부진한 증시 상황에서 부자들은 돈을 어떻게 굴릴까? 기업인수목적회사(스팩), 삼성생명 공모 등에 투자해 핫머니(단기성 자금)를 굴렸던 고액 자산가들이 최근엔 주가연계증권(ELS)과 '자문형 랩'쪽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하반기 국내 증시 상황이 좋을 것이라는 기대감은 있지만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경험 때문에 직접 투자를 하자니 부담스럽고, 그래도 증시에서 일정 수준의 수익은 얻겠다는 심리가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1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에 있는 각 증권사 프라이빗뱅킹(PB)센터에서는 고액 자산가들이 원하는 기초자산으로 사모(私募) ELS를 구성해 주는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규모는 최소 10억원 이상이다.

지난 5월 31일과 이달 2일 삼성증권 테헤란지점 PB센터는 홍콩H지수와 삼성전자를 기초자산으로 구성한 ELS, 홍콩H지수와 현대자동차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 현대자동차와 대우증권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 등 총 세 종류의 스텝다운형 ELS를 사모로 모집했다. 약 15명의 자산가들이 모여 각각 49억원, 20억원, 20억원씩 89억원 규모로 ELS가 구성됐다. 또 다른 증권사 강남지점에서는 부자고객 한 명이 50억원을 투자해 기초자산 한 종목으로 구성된 ELS를 구성하기도 했다. 조기상환 수익률은 최대 연 10% 수준. 정해진 조건을 달성하면 6개월 만에 2억5000만원의 이자를 챙길 수 있다.

박경희 삼성증권 테헤란지점 PB센터장은 "부진한 증시 대신 인플레이션을 헤지할 수 있는 대체투자 수단으로 ELS가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ELS 인기가 높아지면서 지난 5월 ELS 발행 규모는 전월 대비 3901억원 늘어난 2조1480억원에 달했다.

'자문형 랩어카운트(자산관리계좌)'도 소수 종목에 집중 투자하고, 장세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고액 자산가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랩'이란 증권사가 고객에게서 수수료를 받고 고객 성향에 맞게 투자전략을 짜주고, 자산 배분도 해주는 상품을 말한다. 투자 성격이나 위험도는 직접투자와 주식형 펀드의 중간 정도다. 강남 PB센터들은 외주 투자자문사와 연계해 거액 자산가들에게 랩 상품을 구성해준다. 이명희 한화증권 서초 G-파이브지점 상무는 "시기에 상관없이 일정 수준의 수익률만 달성하면 상환되는 자문형 랩이 요즘 강남 자산가들한테 인기"라며 "펀드 수익률은 못마땅하고 직접 투자는 부담스러운 고객들이 많이 찾는다"고 설명했다.

☞ELS(주가연계증권)

특정 개별주식의 가격이나 주가지수에 연계돼 투자수익이 결정되는 신종 유가증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