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라클레스는 고집세서 곱슬머린가요?

"예쁜 항아리에 왜 이런 그림을 그린 거죠?"(보람)

"이 조각상들은 왜 한결같이 눈동자가 없나요?"(소연)

다섯명의 소녀들은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질문공세를 퍼부었다. '보핍보핍' '너 때문에 미쳐'로 연달아 히트곡을 낸 걸그룹 '티아라'가 지난 11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대영박물관전(展) '그리스의 신과 인간'을 둘러보러 왔다.

평소 귀엽고 섹시한 안무로 무대를 장악했지만, 이날은 눈을 반짝이며 역사를 공부하는 '학생'이 됐다. 드라마 촬영 때문에 불참한 은정을 제외한 멤버 보람, 효민, 큐리, 지연, 소연은 그리스 신화 속 영웅들과 진귀한 유물을 접할 때마다 감탄했다.

특히 티아라의 눈길을 잡아끈 건 117~118년에 만들어진 헤라클레스의 두상. 거대한 크기와 험악한 표정에 멤버들이 "무섭다"며 호들갑을 떨었다. 소라 모양으로 배배 꼬인 헤라클레스의 머리를 찬찬히 뜯어보던 지연이 외쳤다. "힘이 세고 고집스러운 성격이 과장된 곱슬머리로 표현된 것 같아요. 그쵸?"

'아프로디테의 백색 대리석 입상'과 '원반 던지는 사람' 조각상 앞에서 효민은 "미술교과서에서 본 작품인데, 가까이서 보니 더 정교하고 아름답다"면서도 "색을 칠했으면 더 예뻤을 것 같다"고 했다. 작품해설사 문혜정(33)씨는 "청동 조각상엔 모두 눈동자를 그리고 색도 입혔지만, 이를 대리석으로 복제하는 과정에서 색을 모두 뺐다"고 설명했다. 관람을 마친 큐리는 "오랜만에 전시회에 오게 돼 정말 뿌듯하다"며 "우리 또래들이 그리스 시대 배경의 영화 한 편을 본다는 마음으로 오면 생생한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대 그리스인의 인본주의를 느낄 수 있는 유물 136점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국립중앙박물관과 대영박물관이 함께 마련한 특별전으로 오는 8월 29일까지 열린다. 매주 월요일은 휴관. 관람료 일반·대학생 1만원, 중고생 9000원, 초등학생 8000원, 만 4세 이상 유아 6000원. (02)720-25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