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LG배 세계기왕전] 蹴球와 바둑

〈제1보〉(1~13)=남아공 월드컵 열기가 온 천지를 뒤덮고 있다. LG배 세계기왕전 본선은 월드컵보다 나흘 먼저 개막, 세계 바둑 팬들의 함성 속에 첫 라운드를 치렀다.

그러나 초반부터 폭발한 월드컵 축구의 세계적 인기와 대중성에 비하면 바둑의 그것은 '아홉 점 하수'쯤 될까. 바둑의 시급한 과제는 역시 세계화다. 아무튼 '바둑월드컵'격인 LG배 본선도 나름 의욕적으로 출발의 닻을 올렸다. 예선을 거쳐 올라온 32강이 우승을 다투는 것은 월드컵 축구나 LG배 바둑이나 신통히도 닮았다.

1, 3, 5는 견실을 강조하는 고풍(古風)스러운 포진. 김지석이 흑을 잡을 때 애용하는 수법이기도 하다. 7로 붙인 데까지 그의 바둑에 부쩍 자주 등장한다. 즐기는 포석으로 주도해 갈 수 있다는 건 흑번(黑番)이 누리는 큰 이점이다. 8의 붙임은 상대 응수를 먼저 묻는 상투수단. 14까지가 거의 정석(定石)처럼 자리 잡았다.

그러나 김지석은 기세를 중시하는 21세 청년답게 여기서 9로 반발한다. 그리고 이 수는 고즈넉한 시골 호반(湖畔) 풍경으로 틀을 잡아가던 바둑을 난전의 회오리로 몰아넣는 신호탄이 됐다. 일단 13까지는 이런 정도. 여기서 백은 나와 끊을 수 있을까. 중국이 자랑하는 19세 기예(氣銳) 저우루이양(周睿羊)의 눈꼬리가 살짝 치켜 올라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