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KET & MONEY] 1700선 박스권, 이번엔 뚫을까

코스피지수가 지난 16일 한 달여 만에 1700선에 다시 올라섰고, 이어 17일에는 종일 등락을 거듭한 끝에 전날보다 2.59포인트(0.15%) 오른 1707.92로 거래를 마쳤다. 최근 증시 상승을 주도한 기관과 개인은 이날 차익 실현에 나서면서 순매도(매도액이 매수액보다 많은 것) 기조를 이어갔다. 반면 외국인은 이날 정규 시장에서 2000억원 가까이 순매수하면서, 최근 닷새 동안 국내 주식을 1조원 넘게 사들였다. 증권가에선 이처럼 외국인이 순매수 기조를 이어가자 이번엔 1750선을 돌파할 수 있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국내 증시는 지난해 8월 이후 지난달까지 10개월간 1500~1750 사이에 갇혀 지루한 박스권 장세를 이어왔다. 주가가 1700선 중반까지 올랐다가 1500선 중반까지 밀리는 양상이 세 번 반복됐다. 과연 삼전사기(三顚四起) 끝에 증시가 박스권을 벗어나 1750을 뚫고 올라갈까?

이번엔 1750선 돌파가 가능할 것이라고 보는 증시 전문가들은 대체로 몇 가지 이유를 들고 있다. 우선 그동안 번번이 발목을 잡던 남유럽 재정위기에 내성(耐性)이 생겼다는 점이다. 남유럽 위기가 EU(유럽연합)의 지원으로 어느 정도 해소되고 있고, 남유럽 위기에도 불구하고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경기가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국내 주요 기업의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점도 긍정적 요인으로 꼽힌다. 신영증권은 이날 국내 주요 기업의 2분기 영업이익이 전분기에 비해 10%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김세중 신영증권 이사는 "박스권 장세가 오래 지속될수록 박스권 돌파에 더 많은 힘이 필요한 측면이 있다"면서 "하지만 오랜 횡보 끝에 대상승한 지난 2007년 사례에서 보듯 오래 횡보한 장세일수록 한 번 박스권이 뚫리면 강하게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가 박스권을 돌파하기 위해선 외국인 매수세의 추가 유입이 필수적이라고 보고 있다. 이번 상승장을 주도한 기관과 개인이 1700선 탈환 이후 차익 실현 물량을 내놓는 상황에서, 외국인이 이들의 물량을 받아주지 않으면 상승세가 꺾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이번에도 주가 1750 돌파는 힘들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우선 주가가 1700선에 도달하면서 개인 투자자의 펀드 해지가 다시 늘고 있다는 점이 부정적이다. 지난 15일까지 최근 닷새 동안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빠져나간 자금은 2400억원을 웃돈다. 여기에 스페인이 다음달 320억달러(약 38조원) 규모의 국채를 상환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부정적 전망으로 남유럽 재정위기가 재연될 가능성도 크다.

김성노 KB투자증권 이사는 "스페인은 부동산 대출이 GDP(국내총생산)의 100%를 넘어 모든 저축은행의 부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면서 "재고 급증 등 우리나라 경기도 둔화할 조짐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어 박스권 돌파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