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보험, 군살 쏙 뺐네

운전자에게 불리하게 바뀌는 제도도 있다. 오는 9월부터는 교통신호나 차량 제한속도를 연간 2회 이상 위반하면 범칙금 납부에 관계없이 자동차 보험료를 5~10% 더 내게될 전망이다. 물론 지금도 무인단속카메라에 속도·신호 위반으로 걸렸을 때 범칙금을 납부하면 보험료가 비싸진다. 하지만 범칙금을 내지 않고 버틸 경우 차주에게 과태료로 전환해 부과되고 보험료도 할증되지 않았다.

범칙금과 과태료 납부자 간의 보험료 인상을 둘러싼 형평성 논란이 불거지자, 보험사들은 범칙금이든 과태료든 교통 법규를 위반하면 무조건 보험료를 할증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경찰이나 금융당국 등 관련 기관과의 협의가 남아 있긴 하지만, 모두 긍정적이어서 예정대로 9월부터 본격 실시될 가능성이 높다.

이달부터 자동차보험이 확 달라졌다. 월~금요일 중 하루를 정해 차를 몰지 않는 요일제에 참여하면 보험료를 1년에 8.7% 아낄 수 있고, 가벼운 접촉사고가 났을 때 경찰이나 보험사 직원을 부르지 않고서도 운전자끼리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다. 또 자동차 보험료가 오르거나 내리는 사실을 보험사 홈페이지에서 즉시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전반적으로 운전자에게 혜택을 더 많이 주는 쪽으로 바뀌기 때문에 잘만 활용하면 보험료 부담을 덜고 가볍게 달릴 수 있다.

◆요일제 지키면 보험료 연 8.7% 할인

이달 초부터 13개 손해보험사(차티스손보 제외)가 일제히 '요일제 자동차보험(특약)'을 선보였다. 연간 보험료의 8.7%를 깎아주는데, 월~금요일 중에서 운전자가 지정한 날(오전 7시~밤 10시, 공휴일은 제외)에 차를 운행하지 않아야 한다는 게 조건이다. 예컨대 자동차 보험료로 60만원을 냈다면 요일제 특약에 가입해 5만2000원 가량 아낄 수 있다. 즉시할인 방식은 아니고, 만기가 됐을 때 돈을 돌려받게 된다. 신규 가입자는 물론, 기존 가입자라도 보험 만기가 3개월 이상 남아있다면 요일제 특약에 가입할 수 있다.

운행정보확인장치(OBD, 4만9500원)는 필수다. 운전자가 약속한 대로 요일제를 지키는지 나중에 확인하기 위해서다. 장비 구입 비용이 부담될 수 있지만, 요일제만 잘 지키면 향후 수년 간 보험료를 연속해서 할인받을 수 있으니 결론적으론 이득이다. 단 OBD는 현재 외제차와 일부 국산 차량에 대해선 장착이 불가능하니 가입 전에 충분히 알아보는 게 좋다. OBD가 집으로 배달돼 오면, 보험사에 연락해 단말기 정보를 홈페이지에서 등록하면 된다. 요일제를 위반했다고 해도 1년 3회까지는 8.7% 환급은 받을 수 있다. 단 4회 이상 위반하면 보험료 할인 혜택은 사라진다.

만약 요일제를 어긴 상태에서 차를 몰다가 사고가 난다면 어떻게 될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차 사고가 나면 병원 치료비나 차량 수리비 등은 제대로 다 받는다. 다만 다음 해 보험료가 비싸지는 불이익(특별할증)은 감수해야 한다.

◆가벼운 사고는 운전자끼리 해결

경미한 접촉사고인데도 운전자끼리 서로 잘잘못을 따지다 보니까 길 한복판에서 실랑이를 벌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렇게 도로 한복판에서 잘못을 따지면 교통정체를 일으키기 일쑤다. 시비를 가리지 못해 보험사 직원까지 부르면, 길 위에서 더 많은 시간을 낭비하게 된다.

그런데 이달부터 보험사 직원을 부르지 않고 당사자들끼리 신속하게 사고를 처리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표준 사고처리 서식(Claim Form)이 그것이다. 사고가 나면 차에 보관하고 있던 서식에 차량번호와 운전자 인적사항, 탑승인원, 파손 정도 등을 적은 뒤, 당사자들이 서명하면 된다. 보험금을 청구하면서 이 서식을 보험사에 보내면 보상을 받을 수 있다. 표준 사고처리 서식은 손해보험협회(www.knia.or.kr)에서 구할 수 있다.

물론 서식을 작성하는 것은 의무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예전처럼 보험사에 전화를 걸어 사고 처리를 받아도 아무 문제는 없다.

◆불량 운전자는 보험료 더 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