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이끼' 강우석 감독 "15세 관람-1000만 관객 포기"

"안돼, 안돼, 난 한 컷도 양보 못해. 그래, 그대로 진행해." 인터뷰가 한창 진행 중인데 어디선가 전화가 왔다. "미안하다"며 전화를 받은 강우석 감독은 "15세냐 18세냐가 지금 결정날 건데, 좀 잘라내서라도 15세 받는 게 낫지 않겠냐고 해서 절대 안 된다고 했습니다"며 어깨를 으쓱했다. 신작 '이끼'의 등급이 결정나던 16일, 서울 충무로 시네마서비스 사무실에서 충무로의 흥행 제조기 강우석 감독을 만났다. 2시간40분에 달하는 엄청난 러닝타임에서 '한 컷도 양보 못한다'고 해서였는지, '이끼'의 상영 등급은 18세 이상 관람가로 최종 결정됐다. 그는 '이끼'가 지금까지 찍은 영화 중 가장 힘들었고, 가장 긴 작품이라고 했다.

완성도 높은 영화 찍고 싶었다

160분 러닝타임에 18세 관람가 등급 조정 위한 가위질도 거절 작품-대중성 자신…500만 목표

▶애들이 볼 영화는 아니다?

"잘하면 15세(관람가)를 받을 수도 있었을텐데...."

도대체 '이끼'가 어떤 영화이기에 15세와 18세 사이를 오갔던 걸까. 첫 마디는 "애들이 볼 영화는 좀 아니에요"였다. 어린 나이에 보기에는 아무래도 부담스러운 내용이라는 게 강 감독의 판단이다. "부모가 아이들과 함께 보는 건 추천해요. 하지만 애들끼리 모여서 보는 건 안 좋을 것 같아요." 하지만 작품성과 대중성 양면에서 어느 때보다 자신있다고 한다. "15세 관람가가 되면 좀 더 많은 사람들이 볼 수는 있겠지만, 어른들이 마음 편하게 보기엔 18세가 나을 것 같아요. 뭐, 아이들 100만명 못 오면 어른들이 그 만큼 오면 되죠. 그리고, 아주아주 대중적인 영화라는 걸 강조하고 싶어요."

강 감독이 예상하는 관객 동원은 500만명. "초등학생도 볼 영화라면 1000만도 바라겠지만. 그래도 '공공의 적 3-강철중' 정도는 될 것 같아요." 등급에 연연하지 않는 것은, 그가 이제 재미만 좇는 감독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과 상통한다. "물론 영화는 재미있어야 해요. 하지만 요즘은 그러면서도 진짜 완성도 높은 영화, 정말 영화다운 영화, 격이 있는 영화를 찍고 싶은 마음이 많이 들어요. '왕의 남자' 이후로 그렇게 된 것 같아요."

윤태호의 히트 만화가 원작인 '이끼'는 30년간 은폐된 마을을 배경으로 그곳을 찾은 낯선 손님 유해국(박해일)과 그를 경계하는 마을 사람들 간의 숨막히는 서스펜스를 그린 작품이다.

▶명품 연기파, 강우석을 믿었다

강 감독의 '이끼'는 뚜껑이 열리기 전부터 크게 주목받고 있다. 명품 연기파 배우들 덕분이다. 특히 투 톱이라 할 수 있는 정재영-박해일의 연기 대결에 기대가 쏟아지고 있다. 강 감독도 "감독보다는 배우들이 훨씬 관심을 받는 영화가 될 겁니다"라고 말했다. "다양한 작품에서 정말 여러 가지 모습을 보여준 배우들이죠. 하지만 이 작품에서는 그 모든 배우들의 또 다른 모습을 보게 될 겁니다."

강 감독에 따르면 캐스팅에는 아무 어려움이 없었다고. "원작을 읽고 가장 먼저 생각한 정재영은 물론이고, 모든 배역에 제 1순위 후보로 찍은 친구들이 전부 다 캐스팅됐어요. 참 행운이지요."

'이끼'를 왜 강 감독이 연출하느냐고 시비를 거는 네티즌 팬들도 있지만, 연기파 배우들은 망설임 없이 그를 택한 것이다.

재미있는 뒷얘기도 있다. 원작 만화 '이끼'를 보고 이장 노인 역으로 단번에 정재영을 떠올린 강 감독은 그에게 작품 출연을 제의했다. 정재영은 원작 만화를 보고 흔쾌히 수락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자신을 박해일이 맡은 역에 캐스팅하는 줄 알았다는 것. "노인 역이라고 했더니 정재영이 '그걸 어떻게 합니까'라며 난감해 하더군요. 결국은 감독님만 믿겠다면서 하게 됐어요. 매번 세 시간씩 걸려 분장하느라 정말 고생했죠.(웃음)"

감독으로는 '마이더스의 손'이었지만 제작자로는 흥행에서 기대만큼의 성적을 내지 못하기도 했던 강 감독은 이번에 욕심이 크다. 이유는 단 하나, 영화를 위해서다. "흥행이 잘 돼야죠. 돈 많이 벌어서 다음 영화 찍어야 해요.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