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LG배 세계기왕전] 强對强

〈제2보〉(14~28)=랭킹시대를 사는 프로기사들에겐 시운(時運)도 바둑실력만큼이나 중요하다. 통합예선이 열렸던 4월 김지석(21)의 랭킹은 6위. 국가시드 커트라인에 가까스로 포함되는 순위여서 예선이 면제됐다. 그 후 5월 8위, 6월엔 9위로 내려간 그가 본선에 당당히 '무혈입성'할 수 있었던 이유다. 반대로 허영호 七단 같은 경우도 있다. 정작 본선 시점인 6월 6위까지 올랐으나 4월 8위에 그쳤던 탓에 시드에 못 들고 '지옥 예선'을 거쳐야 했던 것.

14, 16으로 나가 끊었다. 기리(棋理)상 당연하지만 한창 나이다운 기백이 느껴진다. 17까지는 일단 외길. 그다음 18의 찝음이 이런 형태에서의 절대수로 꼭 익혀 두어야 할 수법이다. 자칫 참고도 2, 4를 먼저 당할 경우 귀의 백은 졸지에 잡힌 모습. 결국 21까지 외목(外目) 정석과 흡사한 모습이 만들어졌다.

24때 25가 이 바둑을 난전으로 이끈 파란(波瀾)의 출발점이었다. '가'로 한 칸 뛰면 온건하고 견실하다는 걸 김지석이 왜 모르랴. 25는 상대 담력을 테스트하는 격발(激發)의 한 수였다. "자신 있어? 한 번 붙어보자"는 메시지. 2살이나 더 젊은 저우루이양도 기다렸다는 듯 26, 28로 '응사(應射)'한다. 젊은이들 바둑은 역시 치고받아야 재미있다. 첫 접근전의 결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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