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까지만 해도 어린이보험 만기는 만 15~25세가 보통이었다. 만기가 되면 성인보험으로 갈아타는 식이었다. 그런데 최근 어린이보험 만기를 처음부터 100세까지 길게 해서 가입하는 부모들이 늘어나고 있다.
20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어린이 관련 질병이나 상해를 보장해주는 어린이보험에 신규 가입한 계약자 중 약 70%가 80~100세 만기를 선택한 것으로 조사됐다. 만기를 26세 미만으로 선택한 계약자 비중은 30%에 그쳤다. 한 대형 손보사 관계자는 "요즘은 태아보험에 가입하면서도 만기를 100세로 해달라고 요구하는 부모들이 많다"며 "나중에 성인보험으로 갈아타야 하는 번거로움도 없고, 혹시라도 어릴 때 질병에 노출되어 성인보험 가입을 거절당하면 어떻게 하나 하는 걱정을 덜어준다는 점에서 인기를 끄는 것 같다"고 말했다. 미성년자일 때 혹시라도 아프게 되면 나중에 성인보험 가입 자체가 거부될 수 있는데, 아예 처음부터 100세 만기로 가입해 두면 평생 안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무턱대고 만기가 100세인 어린이보험을 선택하지 말고 득실(得失)을 따져보고 신중히 가입하라고 조언한다. 양세정 재무컨설턴트는 "과거 15~25세 만기로 짧게 가입해 둔 부모들에게 100세 만기로 갈아타야 한다고 공포심을 조장하면서 영업하는 설계사들도 적지 않다"면서 "100세짜리 보험이 나중에 성인이 됐을 때 실제 효용이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즉 향후 물가상승을 고려한다면 나중에 보장받는 금액이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 당장은 수술비로 100만원씩 받으면 충분할지도 모르지만, 앞으로 50년 뒤에는 화폐가치가 변해 지금의 100만원과는 다를 수 있다.
게다가 아이가 100세가 될 때까지 옛날 보험을 계속 유지하라고 강요하기엔 세상의 변화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양씨는 조언했다. 시간이 지나면 새로 발생하는 신규 질병을 보장해 주는 등 지금보다 진화한 보험이 얼마든지 출시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