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영박물관展 독자 초청… 3800여명 '그리스 유물' 만끽

21일 오전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은 남현준(6)군이 독수리가 한 여성을 낚아채는 모습을 새긴 부조(浮彫) 청동상을 한참 동안 쳐다봤다. 작품 이름은 '신의 사랑을 받으면 일찍 죽는다'였다. 남군이 어머니 차정희(38)씨에게 "신의 사랑을 받으면 진짜 일찍 죽어요?"라고 물었다. 차씨가 "다른 신들이 질투해서 그렇단다"고 설명해주자 남군이 고개를 끄덕였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이날 휴관일이었지만 대영박물관전(展) '그리스의 신과 인간'에 초대받은 본지 독자 관람객들이 오전 일찍부터 찾아 평소보다 붐볐다. 무료 관람일인 이날 하루 동안 약 3800명이 다녀갔다.

해설가 문혜정(33)씨가 제우스 청동상 앞에서 "제우스는 바람둥이였죠. 그래서 (제우스 아내인) 헤라 성격이 무서웠죠"라고 말하자 관람객들이 폭소를 터뜨렸다. "청년 디오니소스 조각상은 엉덩이가 포인트"라는 말에 주변에 있던 아주머니들이 조각상 뒤쪽으로 돌아가 '까르르' 웃었다. 미술 교과서에서만 보던 '원반 던지는 사람' 앞에서는 모든 관객들이 감탄사를 연발했다. 해설가 문씨는 "관람객들이 오늘은 유달리 즐거워하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영길(72)씨와 귀옥(58)·혜옥(56) 세 자매는 "공기놀이하는 소녀의 모습을 담은 테라코타(흙으로 빚은 조각상)가 가장 인상깊었다"고 말했다. 중학교 동창들과 함께 왔다는 이종철(68)씨는 "오래간만에 좋은 문화생활을 만끽했다"고 즐거워했다.

조선일보와 국립중앙박물관이 공동 주최한 이번 특별전은 고대 그리스인의 인본주의와 유머를 느낄 수 있는 유물 136점을 선보인다. 오는 8월 29일까지 열리며 매주 월요일은 휴관한다. 관람료 일반·대학생 1만원, 중고생 9000원, 초등학생 8000원, 만 4세 이상 유아 6000원. (02)720-25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