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LG배 세계기왕전] 때 이른 難局

〈제4보〉(37~44)=김지석은 지난해 약관(弱冠)의 나이로 제5기 물가정보배 결승서 이창호를 꺾고 우승, 현재 정상의 일각을 지키고 있다. 한국의 바둑천재를 논할 때마다 빠짐없이 그를 거명한 바둑계의 눈은 틀리지 않았던 셈. 특히 김지석의 수읽기와 전투능력은 정평이 있다. 다만 특정 라이벌에 대한 부담감을 좀체 떨치지 못하는 점 등 심리적 측면의 몇 가지 약점은 보완해야 하리란 중론.

평범해 보이는 37이 이 바둑의 승착(勝着)이었다. 참고1도를 보자. 37로 1, 3은 백4 끊음이 수상전의 맥점으로 흑이 오히려 잡힌다. 37의 효과는 또 있다. 백38, 40으로 우상귀 보강이 시급해진 것. 38을 게을리하면 참고2도 1때 5까지 백 요석(要石) 3점이 떨어진다(2로 5는 흑4로 백 전멸).

우변 백돌들이 표류하는 상황임에도 우상귀를 둘 수밖에 없는 정황이 백의 고전을 말해준다. 41로 여유 있게 지켜 우열이 명확히 갈렸다. 43까지 우변 백은 전멸한 모습. 반대로 흑은 참고3도 1때 2가 선수여서 살아 있다. 역시 37의 효과다. 백의 때 이른 난국(難局). 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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