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를 잊고 싶어? 그럼 날 꽉 붙잡고 따라와

'여름 영화'라는 것이 존재한다면 바로 이런 영화를 가리킬 것이다. 화끈한 액션, 멋진 남자와 귀여운 여자, 그리고 뒤끝이 남지 않는 해피엔딩까지, 영화 '나잇 & 데이(24일 개봉)'는 1시간50분 동안 시원하고 통쾌한 즐거움으로만 달려간다. 게다가 톱스타 톰 크루즈와 캐머런 디아즈가 주연이니, 영화에서 오락을 찾는 관객에겐 더할 나위 없는 선택이다.

준(캐머런 디아즈)은 공항에서 우연히 로이 밀러(톰 크루즈)를 알게 되고 그에게 끌린다. 준과 같은 비행기를 탄 로이는 그러나 승객들과 기장까지 모두 죽이고 자신을 비밀 요원이라고 말한다. 선택할 겨를도 없이 로이와 함께 비상착륙을 하고 총격전과 자동차 추격전을 거치는 준은 로이가 누군가에게 쫓기고 있으며, 그것이 '제퍼'라는 신개발 에너지 때문임을 알게 된다. 왜 따라다녀야 하는지도 모른 채 준은 로이와 함께 온갖 낯선 곳에서 위험천만한 모험을 겪는다.

이 영화는 관객이 논리적으로 생각할 겨를을 주지 않는다. 사실 관객은 그럴 필요도 없다. 그냥 이 영화에서 비어져 나온 밧줄을 영화 속 캐머런 디아즈처럼 꽉 붙들고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 그러면 어느샌가 영화는 끝나고, 관객들은 아찔한 최신형 롤러코스터에서 하차하는 사람들처럼 옷을 툭툭 털며 극장을 나오면 된다.

액션과 로맨틱 코미디를 결합한 영화가 꽤 있었지만, '나잇 & 데이'는 그중 최고봉이라고 할 만하다. 이 영화는 '터미네이터'의 액션과 '다이 하드'의 인간미, '인디애나 존스'의 유머를 고루 갖췄다. 남자는 별 뚜렷한 이유도 없이 여자를 스페인과 알프스로, 외딴 무인도로 데리고 다니는데, 영화는 그 '이유'를 일절 설명하지 않는다. 게다가 위기일발의 상황에서 매번 어떻게 벗어나는지도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그때마다 여자를 기절시켜 그 과정을 뭉텅 빼먹는다. 이 영화의 DNA가 스릴러에 있지 않고 코미디에 있음을 방증하는 연출이다. 이렇게 속도 빠르고 생략이 많은 연출은 이 영화의 편집 기법이 아니라 스토리텔링의 방식이다(그러므로 꽁꽁 묶인 채 거꾸로 매달려 있던 주인공이 어떻게 다음 장면에서 멋진 상체를 드러내고 바다낚시를 하게 됐는지 묻지 말라).

게다가 이 영화는 '미션 임파서블'류 스릴러에도 상당히 가깝게 붙어 있다. 영화 중·후반까지도 캐머런 디아즈는 "도대체 뭘 믿어야 할지 모르겠어요"라고 말하는데, 관객도 이 시점까지 톰 크루즈가 조직을 배신한 건지 모함을 당하는 건지 알 수 없다.

톰 크루즈와 캐머런 디아즈가 함께 연기한 것은 '바닐라 스카이(2001)' 이후 처음이다. 올해 48세인 크루즈는 여전히 멋있는데, 그보다 열 살 아래인 디아즈에게서는 세월이 느껴진다. 영화 제목의 뜻은 '밤과 낮'이 아니라 'Knight And Day'이며, 별 뜻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