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정한 주식 투자자들의 눈에는 월드컵 16강까지가 한국 축구 대표팀의 한계로 보이는 걸까.
하루 종일 전 국민을 들뜨게 했던 한국 월드컵 축구 대표팀의 첫 원정 16강 진출이 증시에서는 그다지 희소식이 되지 못했다. 장 초반 반짝 급등세로 출발하면서 첫 원정 16강 진출로 인한 '월드컵 시즌 연장 효과'를 기대했던 '월드컵 수혜주'들은 대부분 하락세로 장을 마쳤다. 16강에 진출한 환호가 증시에서는 4시간도 채 이어지지 못했고, 오히려 차익 실현의 빌미로 작용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월드컵 수혜주 가운데 일부 종목은 이미 주가가 많이 오른 데다 16강 진출 소식이 단기적으로 투자 심리를 자극할 수 있겠지만 실적 측면에서는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23일 유가증권시장에서 2010 남아공월드컵 국내 독점 중계권을 가진 SBS의 지주회사 SBS미디어홀딩스는 9% 넘는 급등세로 장을 시작했다. 이후 매수세가 몰려 11% 넘게 폭등하면서 축구 대표팀의 16강 진출 효과를 톡톡히 보는 듯했다. 하지만 이내 하락세로 접어들었고 장 마감을 앞두고는 개인들과 외국인 투자자들의 차익실현성 매물이 대거 쏟아지면서 6% 넘게 하락 마감했다.
SBS는 16강 진출 성공으로 광고매출이 159억원 추가로 늘어나고, 이익이 122억원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면서 장 초반 5% 넘게 상승하기도 했다. 하지만 실적 증가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SBS는 소폭(0.54%) 상승으로 마감했다.
닭고기와 맥주 등 음식료 종목들도 대부분 하락 마감했다. 닭고기 회사 마니커는 8% 넘게 급등했지만 결국 5% 하락으로 마감했고, 동우·하림 역시 2~3% 하락했다. 닭고기 가격(생계 기준)은 월드컵 수요 증가에 힘입어 지난달 말 kg당 1680원에서 최근 2500원 선까지 40% 넘게 급등하면서 주가 상승을 이끌었지만 닭고기 가격의 고공 행진이 계속 이어질지는 불투명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날 하이트맥주와 국순당 등 주류업체들의 주가도 1% 안팎으로 떨어졌다.
IBK투자증권 홍진호 연구원은 "증시에서는 월드컵 테마가 이제 끝난 게 아니냐는 인식이 나오면서 주가가 하락했다"고 설명하면서 "단기적으로 반등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펀더멘털(기초체력)상으로는 추가 상승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신영증권 한승호 연구원도 "월드컵이라는 일회성 테마는 이젠 끝물에 도달했다"며 투자 주의를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