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제국 '빛과 그늘'… 생생한 역사적 증거

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원장 노태돈)과 국립고궁박물관(관장 정종수)은 일제의 한국 강제병합 100년을 맞아 29일부터 '100년 전의 기억, 대한제국' 특별전을 공동 개최한다. 1897년 출범한 대한제국은 근대화를 향해 노력했지만 일제에 병탄되는 아픔으로 끝났다.

국립고궁박물관은 대한제국의 '빛' 측면을 조명하는 전시로 꾸몄다. 고종황제 초상, 명성황후의 금보(金寶)와 금책(金冊) 등 국가의 위상 격상과 관련된 유물, 고종황제가 사용한 대원수보(大元帥寶), 대한제국기 문·무관의 서양식 관복 등 국가운영 체제의 변화와 관련된 유물이 전시된다. 1층 대한제국실에서는 황실 가족 사진과 그들이 사용하던 도자기·가구 등이 전시돼 황실 가족의 생활을 볼 수 있다. 2층 기획전시실에서는 대한제국기에 발행된 신문과 우표 등 신문물 도입과 관련된 유물이 전시된다. 특히 대한제국기 전신선 및 철로 등을 그린 우전선로도본(郵電線路圖本)은 1905년 무렵 대한제국에서 주도적으로 실시한 근대화 정책의 결과가 집약된 자료로, 이번 전시를 통해 처음 공개된다. (02)3701-7632

규장각한국학연구원 지하 1층 전시실에서 열리는 전시는 대한제국이 침탈되어 가는 과정인 '그늘' 측면에 초점을 맞췄다. 이완용을 협정 전권위원으로 임명하는 '칙유(勅諭)', 병합조약을 양국이 동시에 발표한다는 내용을 담은 '각서(覺書)' 등은 이번 전시에서 일반에 처음 공개된다. 이들 문서는 한국병합 조약의 한국어·일본어본 양국 문서와 모두 같은 필체로 작성되어 있다. 윤대원 규장각 HK연구교수는 "이 중 '각서'의 판심(版心·책장 가운데 접히는 부분)에 '통감부(統監府)'라고 인쇄돼 있어 이 문서들이 모두 통감부에서 작성되었음을 알려준다"며 "일제가 한국병합을 강제적·일방적으로 추진했다는 사실을 실증하는 자료"라고 말했다. 또 1908년부터 1910년까지 내각회의 안건을 기록한 '각의 제출안 목록'에도 병합 체결 및 황제 칙유와 관련된 안건이 없어 병합 늑약이 정상적인 내각회의와 황제 칙유를 거치지 않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밖에 '조미(朝美)통상조약 전권위임장' '조약서류진달건(條約書類進達件)' 등 미국·영국·프랑스 등 서구와 맺은 조약 관련 문서들도 전시된다. (02)880-6030

국립고궁박물관 전시는 8월 29일까지, 규장각한국학연구원 전시는 10월 30일까지 각각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