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아 거울아, 고려인들의 삶을 보여줘

국립중앙박물관(관장 최광식)은 상설전시관 1층 고려실에서 고려시대의 청동거울 200여점을 한자리에 모은 《고려 동경-거울에 담긴 고려 사람들의 삶》 테마전을 열고 있다.

고대의 의례용품이었던 동경(銅鏡·청동거울)은 고려에 와서 화장용구로 쓰였다. 동경 문양에 새긴 다양한 무늬를 통해 고려인들의 삶과 예술 세계를 엿볼 수 있다. '황비창천(煌丕昌天·밝게 빛나는 창성한 하늘)'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거울은 큰 바다를 항해하면서 용과 사투를 벌이는 장면을 담았고, '용 나무 전각무늬 거울'은 신선 세계를 그렸다.

전시 유물 중 '고려국조(高麗國造)'라는 글자가 새겨진 거울은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의 원조격이다. 이는 역설적으로 당시 동경들이 대부분 중국에서 들어왔음을 보여준다. 후저우(湖州), 양저우(揚州), 항저우(杭州) 등 중국 생산지가 새겨진 수입 동경과 이를 베낀 고려제 동경들이 나란히 놓여 눈길을 끈다. '고려국조'가 새겨진 동경은 성분 분석 결과 구리 70% 내외, 주석 15% 내외, 납 12% 내외였다.

고려 동경의 편년 기준이 될 최신 발굴자료도 선보인다. 특히 충남 서천 추동리 출토 물고기무늬 동경은 연대를 추정해볼 수 있는 유일한 사례이다. 이 동경은 12세기 초 중국 동전인 '숭녕중보(崇寧重寶)'와 함께 묵서지편(墨書紙片)에 감싸인 채 출토됐다. 묵서지편에는 '기해(己亥)'라는 간지가 쓰여 있었고 11~12세기 때까지 사용하던 녹청자가 함께 발견됐다. 전시는 8월 29일까지. (02) 2077-95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