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한국에 아시아 맹주 역전 찬스 잡았다?

26일(한국시각) 남아공월드컵 한국-우루과이전이 펼쳐진 포트엘리자베스 넬슨만델라베이스타디움에는 일본 취재진도 10여명이 경기를 지켜봤다. 100명이 넘는 대규모 일본 취재진이 남아공에 왔지만 자국 대표팀 경기가 아닌데 이렇게 많은 인원이 취재오기는 힘들다. 특히 최근 남아공 항공사정이 엉망이어서 베이스캠프나 마찬가지인 요하네스버그에서 포트엘리자베스까지 날아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한국축구를 바라보는 일본의 특별한 시선을 짐작케 한다.

일본은 지금 고무돼 있다. 일본 축구기자인 오스미 요시유키씨는 27일 포트엘리자베스에서 "최근 들어 일본축구가 가장 충격을 받은 것은 아무래도 지난 2월 동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한국에 1대3으로 진 경기였다. 당시 한국은 중국에 0대3으로 졌을만큼 많이 흔들리고 있었는데 한국은 일본만 만나면 다른 팀이 된다"고 말했다. 그랬던 일본이 이제 29일 파라과이를 상대로 한국이 못간 8강을 노린다. 오스미씨는 "한국과 일본이 같이 8강에 진출했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다"고 말했다. 하지만 얼굴엔 웃음이 넘친다. 남아공월드컵에서 만난 일본 취재진들은 지금 너무나 신이 나 있다.

한번도 앞서보지 못한 한국을 앞지를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일본은 1990년대 후반 한국축구와 대등해졌다고 선언하기에 이른다. J-리그의 발전에 자신감을 얻었고, 나카타와 오노 신지 등 황금 세대의 등장으로 A매치에서도 한국에 전혀 주눅들지 않았다. 하지만 2002년 한일월드컵은 아픔으로 다가왔다. 일본이 어렵사리 16강에 진출했지만 한국은 8강을 넘어 4강까지 나아갔다. 이후 일본축구는 한국과 어깨를 견줄만한 기회를 잃고 말았다. 남아공에서 만난 일본 취재진은 늘 한국축구가 일본보다 강하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얘기한다. 하지만 "한국은 강하고 빠른 팀이다. 그 넘치는 파워야말로 일본축구에 필요했던 것인데 어쩐 일인지 이번 남아공월드컵에서 일본대표팀은 2002년 한국축구처럼 기복없는 플레이를 보여주고 있다"고 말한다. 일본도 한국처럼 뭔가 큰 일을 해낼 수 있다는 기대가 잔뜩 포함돼 있다.

< 요하네스버그(남아공)=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트위터@paga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