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KET & MONEY] 오를만하면 '쏙'… 증시 발목잡는 환매

한때 국내 증시를 쥐락펴락했던 주식형펀드가 이젠 주가 상승의 발목을 잡는 존재가 되어버렸다. 주가가 오를 만하면 주식형펀드에서 자금이 대거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주식형펀드 자금은 올 들어 코스피지수 '1600선 매수-1700선 매도' 패턴을 수차례 반복하면서, 증시가 8개월 넘게 지루한 박스권(지수가 일정 범위 안에서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는 형태)을 맴도는 주요인이 되고 있다.

2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가 1700선을 회복한 지난 16일부터 25일까지 국내주식형 펀드에서 2조424억원이 순유출(유출액에서 유입액을 뺀 금액)됐다. 최근 13거래일 연속 순유출이다. 지난 한주 동안 하루 평균 3000억원 정도 자금이 빠져나갔다. 지난 25일에는 최근 3개월 동안 가장 많은 3779억원이 순유출되는 등 코스피지수가 연중 최고점(4월 26일 1752.20)에 근접할수록 유출 강도가 거세지고 있다.

남유럽 재정위기로 코스피지수가 1600선 밑으로 급락한 지난 5월 한달간 주식형펀드에는 1조7114억원의 자금이 순유입됐다. 앞서 코스피지수가 1700선을 유지한 4월에는 4조원 가까운 자금이 순유출됐다. 올 들어 주간 단위로 1조원 이상 주식형펀드 자금이 순유출된 경우도 지난주(21~25일)를 포함해 모두 세 차례이며, 세번 모두 코스피지수가 1700선을 넘었을 때였다.

과거 주식형펀드의 자금 유입 형태를 고려할 때, 이 같은 투자패턴은 주가가 상승할수록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분석된다. 2007년 이후 코스피지수 1700~1800선에서 주식형펀드로 순유입된 자금은 22조원에 달한다. 최근 세 차례 코스피지수 1700선에서 환매가 많이 이뤄져 현재는 4000억원 정도 남은 것으로 추정된다. 1700선에서 펀드 환매 부담은 상당히 누그러진 편이다. 하지만 1800~1900대에 순유입된 자금이 9조5000억원에 달하고, 1400 이하에서 순유입된 자금 역시 5조4000억원에 달해 지수가 상승할 경우 원금회복 또는 차익실현성 환매가 이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동양종금증권 김후정 연구원은 "코스피지수가 1700선을 넘었던 당시에 국내 주식형펀드의 유출액 규모는 작년 9월에 4조7000억원, 올 4월에는 5조9000원에 달했다"며 "코스피지수가 상승하면 투자자들의 환매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때문에 증시 전문가들은 주가가 단기간 상승해도 섣불리 추격매수에 나서지 말라고 조언했다. 신한금융투자 박효진 연구원은 "과거 코스피지수가 1500~1700대일 때 주식형펀드에 돈이 집중적으로 들어온 만큼 이 구간의 환매 물량이 소화되어야만 박스권 탈출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증권 이승우 연구원은 "주가가 추가 상승할 경우 보유한 주식 비중을 다소 줄였다가 재매수 타이밍을 포착하는 전략도 바람직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