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바둑 세계랭킹 2위… 1위는 쿵제"

재미 과학자 배태일 박사(65·스탠퍼드대)가 세계 바둑랭킹을 완성, 조선일보에 보내왔다. 이에 따르면 현 세계 1위는 쿵제(孔杰), 2위는 이세돌이며 둘의 점차는 51점이다. 박정환 최철한 이창호는 3, 5, 6위, 중국의 구리(古力)는 4위에 올랐다. 기준 시점은 2010년 4월.

2008년 말부터 한국기원 랭킹위원으로 활동 중인 배 박사가 세계랭킹을 만들어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작업을 위해 그는 한 중 일 대만기원 공식전적뿐 아니라 Go4go.net, Gobase.org, Tom.com 등 국제 바둑사이트를 샅샅이 뒤졌고 중국리그, 한중일 신예대항전, 남방장성배 같은 이벤트대국 결과까지 망라했다. 최종 집계근거가 된 판수는 무려 3만5729국.

첫 단계는 2004년 1~6월 자료의 초기점수화였고 승률기대치 함수 방식으로 진행됐다. 2005년 7월 시점의 최적 시의성을 위해 그 전으로 올라갈수록 시간 가중치를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들게 했고, 일반대국 1, 국제대회 준결승전 1.5, 결승전 2.0으로 계산하는 대국 가중치를 설정했다. 국가경쟁력의 시간적 변화에 따른 조정도 병행했다.

분석 결과 초기점수 기준인 2005년 7월 시점 세계 1위는 단연 이창호였다. 2006년에 접어들면서 중국 뤄시허(羅洗河)가 잠시 1위에 올랐고, 2007년 이세돌의 시대가 열렸다. 2009년 1월 6위에 불과했던 쿵제는 이세돌의 휴직, 구리의 부진을 틈타 세계 3관왕에 올라 현재까지 1위를 지키고 있다.

배태일 박사는 "한국랭킹과 세계랭킹은 입력자료나 계산방법이 같을 수 없다"고 말한다. 국내랭킹과 달리 이창호가 박정환보다 낮게 나온 것도 국제대회 결승전의 가중치가 2인 상태에서 이창호가 창하오(常昊)에 패했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창하오 역시 최근 이세돌과의 결승서 3연패한 탓에 18위까지 떨어졌다.

그는 "국제 경쟁력은 최신 랭킹만 단편적으로 보는 것보다 역사적 변화를 살피며 분석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최근 5년간 흐름을 보면 2007년 이후 구리는 진폭이 컸고, 이창호는 슬럼프를 겪었으며, 쿵제는 지난해 여름부터 부쩍 상승했다. 배 박사는 "가장 꾸준히 1위를 지켜온 이세돌이 곧 쿵제를 제치고 1위에 복귀할 것"으로 내다봤다. 30위권에는 중국 18명, 한국 12명이 포함됐고 일본과 대만은 1명도 들지 못했다.

그는 각국 기사들의 성적집계가 당초 예상보다 훨씬 더 까다롭고 힘든 작업이었음을 토로했다. 같은 한자권이지만 각국 모두 표기법부터 다르다. 黃奕??에서 熊豊으로 개명한 대만 출신 일본기사의 경우 2개의 이름이 영어, 중국어, 일본어에 오독(誤讀)까지 무려 7개나 되는 이름표기가 등장했을 정도였다.

바둑계 세계랭킹이 필요한 이유는 5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팬들의 호기심 충족, 둘째 국제대회의 적절한 시드배정 근거, 셋째 공인 세계랭킹 도입의 유도, 넷째 경쟁국 기사들의 실력평가 및 대응자료 활용, 다섯째 국제대회서 외국기사와 싸운 성적의 한국 공식랭킹 계산근거 활용 등이다. 지구상 거의 모든 승부가 세계랭킹을 내고 있으나, 세계대회 역사가 20년을 넘은 바둑은 아직도 필요성만 언급될 뿐 공식기구 자체가 없다.

배태일 박사는 "랭킹 프로그램에 완벽한 표준이란 없으며, 분야 특성에 맞춰 개발해 가야 한다"고 전제하고 "힘든 과제지만 한국기원과 협조해 가장 합리적인 세계바둑랭킹 정착에 온 힘을 쏟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한국기원 측은 이번 자료를 토대로 공식 세계랭킹 작업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