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영화] "우리가 보여주려는 게 음악이야, 네 몸매야?"

크리스틴 스튜어트와 다코타 패닝이 주연한 음악영화 '런어웨이즈(24일 개봉)'는 여자들로만 이뤄진 1970년대 미국 록밴드 '런어웨이즈'의 불꽃처럼 짧고 강렬했던 나날을 그린 작품이다. 이 영화는 '록 음악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의미 있는 대답인 동시에, '록 밴드는 왜 해체되는가'에 대한 단서도 제공한다.

10대 소녀 조안 제트(크리스틴 스튜어트)는 음반 프로듀서 킴 파울리(마이클 섀넌)를 통해 4인조 밴드를 만들고 보컬리스트로 체리 커리(다코타 패닝)를 영입한다. 소녀들로만 구성된 하드록 밴드는 일대 선풍을 일으키면서 일본 무대까지 진출할 만큼 성공한다. 그러나 밴드의 성공과 함께 조안과 체리의 갈등도 깊어진다.

영화는 '런어웨이즈'가 결성되던 1975년부터 체리가 팀을 탈퇴하는 77년까지 2년 남짓한 기간의 일들을 그렸다. 당시 여자 뮤지션으로서는 드물게 강력한 금속성의 기타 리프(반복악절)를 내세워 본격 하드록을 시도했던 이 밴드는 결국 프로듀서에게 농락당하고 멤버들이 서로 반목하며 내파(內破)된다.

프로듀서는 관객이 집어던지는 캔을 기타로 되받아치는 훈련까지 시키며 '록 스피릿'을 운운하더니, 나중엔 "이건 음악 사업이지 예술이 아니야"라며 멤버들을 배신한다. 그렇지만 끝내 '런어웨이즈'의 수명을 재촉한 것은 음악에 대한 두 주인공의 각기 다른 태도였다. 두 사람 모두 세상에 대한 불만을 에너지로 분출할 통로를 찾고 있었다. 조안 제트는 "로큰롤을 하지 않았다면 죽거나 감옥에 갔을 것"이라고 할 만큼 록 음악을 사랑했으나, 체리 커리는 현실 도피할 수단이 필요했을 뿐이다. 세미 포르노 사진을 찍은 체리가 "밴드 홍보가 될 것"이라고 말하자, 조안이 "홍보할 것은 음악이지 네 가랑이가 아니야"라고 소리치는 장면은 의미심장하다. 특히 음악을 '연예인 데뷔 속성코스'로 써먹고 내다 버린 한국의 숱한 '스타'들이 보면 얼굴이 벌게질 것이다.

결국 조안은 훗날 자신의 밴드 '블랙하츠'를 이끌며 빌보드 1위 곡 '아이 러브 로큰롤'을 내놓은 뮤지션으로 성장해 지금껏 활동 중이다. 그녀 역을 맡은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매력이 '트와일라잇' 시리즈에서보다 훨씬 돋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