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 따분한 슈렉 "나 다시 돌아갈래"

아이스크림에 비유하자면, '슈렉 포에버(7월 1일 개봉)'는 '부라보콘' 같은 영화다. 올해 출시 40주년을 맞은 부라보콘은 맛과 포장이 조금씩 달라지며 꾸준히 팔려왔다. '슈렉' 시리즈 4번째 작품이자 마지막편인 '슈렉 포에버'도 이전처럼 적지 않은 관객을 모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 이 시리즈는 '나쁘지 않은 선택' 쯤이 됐다. 부라보콘 맛에 눈이 휘둥그레지는 사람을 찾기 힘들 듯이.

피오나 공주(캐머런 디아즈)와 함께 아이들을 낳고 평범한 아빠로 살아가던 슈렉(마이크 마이어스)은 따분한 일상에 지친 나머지 혼자 초록색 괴물로 살던 시절을 동경하게 된다. 그런 그에게 사기꾼 럼펠(월트 돈)이 나타나 "진짜 괴물로 하루를 살 수 있게 해주겠다"고 꾄다. 계약서에 사인한 순간, 슈렉은 전혀 엉뚱한 세상으로 굴러 떨어진다. 이곳에서 동키(에디 머피)는 럼펠의 부하가 돼 있고 장화 신은 고양이(안토니오 반데라스)는 뚱뚱하고 게으른 애완동물이 돼 있다. 피오나는 슈렉을 알아보지 못한 채 그를 적대적으로 대한다.

'슈렉' 제작진은 "만약 슈렉이 피오나 공주를 구하지 않았다면?"이란 질문에서 이 영화를 시작했다. 흥미로운 아이디어다. 착한 괴물 슈렉은 다시 엉뚱한 나라에서 곤경에 처하고, 그곳을 빠져나오는 길은 오로지 '진정한 사랑의 키스를 받는 것' 뿐이다. 슈렉은 자신을 전혀 알아보지 못하는 피오나로부터 키스를 받아야 한다.

시리즈를 이끌어 오던 캐릭터들이 갑자기 슈렉을 모른 척하면서 이 영화는 시리즈의 익숙함을 떨쳐버렸다. 동키와 고양이의 아옹다옹 농담은 여전히 우습고 사기꾼에 속아 허둥지둥하는 슈렉의 고군분투도 재미있다. 캐릭터들의 표정 연기는 실사 코미디를 방불케 하며 화려한 색깔과 세밀한 묘사는 할리우드 애니메이션의 막강한 경쟁력을 입증한다. 게다가 이번 영화는 3D다.

그러나 '슈렉 포에버' 전편에 어른거리는 잔영은 드림웍스 스튜디오의 컴퓨터 앞에서 턱을 괴고 더 우스운 농담과 더 화려한 볼거리를 궁리하는 제작진의 모습이다. 2007년 내놓은 3편에서 이미 '그럭저럭'이란 평을 받았던 슈렉은 이제 잔재미에 의존해 방영일정을 늘린 TV 시트콤을 닮아가고 있다. 초록 괴물 부부는 이제 오랫동안 행복하게(나서지 말고) 사는 편이 나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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