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무모하다 여길 때 1000명은 벌써 동참했죠"

지난 17일 개봉한 다큐멘터리 '노 임팩트 맨'은 미국 뉴욕에서 1년간 쓰레기를 일절 배출하지 않고 음식 외에는 어떤 물건도 사지 않으며, 심지어 전기도 끊고 살았던 한 미국인 가족의 '무모한 도전'을 다뤘다. 2006년 11월부터 1년간 고군분투한 남자 콜린 베번(47)은 이 기록을 동명의 책으로도 출판했다. 최근 인터뷰에 응한 베번은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오르내렸던 뉴욕 그리니치 빌리지 9층 아파트에서 전화를 받았다.

―밤 시간일텐데 불은 켜져 있습니까.

"(웃으며) 그렇습니다. 그렇지만 전기 잡아먹는 에어컨은 없앴습니다. 전기를 예전의 20%쯤 쓰는 것 같습니다. 올여름엔 선풍기를 사야 할 것 같지만 말이죠."

―이 프로젝트를 하면서 인터뷰도 많이 했겠죠.

"미국 언론과만 200번쯤 했습니다. 거의 모든 대륙에서 인터뷰 요청이 와서, 매일 기자들과 얘기합니다. 한국 언론과는 처음이에요. 이제 저는 정말 '환경 인사'가 된 것 같아요. 그렇지만 나는 기후변화보다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는 데 더 관심이 많습니다. 우리와 지구 모두에게 좋은 생활방식 말이죠."

―1년간의 프로젝트 이후 지속하고 있는 생활습관은 무엇입니까.

"자전거를 여전히 타고 지역에서 생산된 음식 위주로 먹습니다. 새것보다는 중고품을 사고요. 우리 부부 모두 체중이 많이 줄었습니다."

―비행기를 안 타려고 캘리포니아 처가에 안 가서 부인과 갈등이 있었죠.

"프로젝트 끝나고 갔습니다. 하하."

―영화에서 당신은 "아내가 경제전문지에서 소비를 조장하는 기사를 쓰고 있는데, 이 프로젝트의 의미는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고 주춤했었죠.

"잠깐 생각한 뒤 대답했는데 편집 때 삭제됐습니다(웃음). 인생은 원칙과 도전의 연속이죠. 나는 100% 올바를 수 없습니다. '완벽은 선(善)의 적이다(Perfect is the enemy of good)'란 말이 있지요. 시도했다는 데 의미를 둡니다."

―당신의 실험이 인터넷을 통해 알려진 것은 또 다른 모순이 아닐까요.

"그런가요? 나의 프로젝트가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려면 그런 방법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나는 교조주의자가 아닙니다. 기술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균형을 맞추자는 것이죠."

―프로젝트를 실천하면서 가장 격려가 된 일과 낙심이 된 일은.

"제 블로그에 올려놓은 실천사항을 1000명 넘게 따라 한 것이 가장 저를 신나게 했습니다. 제일 낙담한 일은 작년 코펜하겐 기후회의를 오바마 대통령이, 즉 미국이 이끌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만약 가전제품을 단 하나만 쓸 수 있다면 뭘 고르겠습니까.

"세탁기입니다. 노동력과 시간을 엄청나게 줄여주기 때문이죠."

―평생 자급자족하며 산 미국의 사회주의자 스콧 니어링으로부터 영향을 받았습니까.

"그렇습니다. 그분은 저희 할아버지의 친구이기도 했습니다. 저는 그렇게 살지는 않지만요. 저는 사람들이 물건을 사고 또 사는 것이 정말 기괴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자동차만 해도 평생 한 대면 되는데 말이죠."

―한국인들에게 지속가능한 '노 임팩트' 실천방안을 제시한다면.

"두 가지만 말하자면 우선 육류 소비를 줄여야 합니다. 육류 가공업이 기후 변화의 큰 원인이기도 합니다. 또 병에 든 물을 멀리하라는 겁니다. 수돗물이 위생적이라면 생수를 마실 이유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