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LG배 세계기왕전] 脫出성공

〈제8보〉(80~93)=김지석에겐 조훈현의 내제자가 될 뻔했다는 경력(?)이 평생 따라다닌다. 95년 만 5살 때 바둑TV에 출연, 당대 최고스타 조훈현에 4점으로 맞서 6집을 졌다. 그 재주에 매료된 조 九단은 소년을 이창호에 이은 두 번째 제자로 낙점, 집에 데려다 열흘간 함께 지내기도 했으나 결국 몇 가지 이유로 불발됐다. 만약 그때 둘이 사제커플로 엮였더라면 지금 바둑계는 어떤 판도를 그리고 있을까.

흑은 탈출, 백은 봉쇄가 당면 과제로 떠올랐다. 80은 11분의 고심이 담긴 수. 참고1도 1의 마늘모가 그럴 듯해 보이는데, 13까지 한사코 두 눈을 방해해도 흑14를 당하면 밖이 허약한 백이 견디질 못한다. 그래도 백은 84, 86으로 그물을 필사적으로 던지고 있다.

87 건너 붙이고 89로 뚫는 수는 '족보'에 나오는 맥점. 90으로 참고2도 1은 우중앙 백이 미생(未生)인데다 A의 약점도 있어 공격이 안 된다. 결국 91까지 뚫렸다. 외곽의 두터움이란 이토록 무섭다. 흑93은 단순히 탈출에만 그치지 않고 상대 약점을 최대한 추궁하는 수. 쫓고 쫓기는 '납량 스릴러'는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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