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만에 컴백 박주미 "화장 안 하고 나가면 연예인인줄 몰라요"

"머리 질끈 묶고 화장 안 하고 나가면 아무도 못 알아봐요. 심지어 학교 교수님도 '배우였어?'라면서 깜짝 놀라셨어요." 반듯한 이마가 매력적인 박주미는 많은 남성팬들의 이상형이었다. 한때 '여신'으로 불렸다. 그러나 "화장 없이 커버할 수 있는 건 서른 넷까지가 한계죠. 이젠 안 되더라고요"라며 세월을 이야기한다. 결혼과 두 아들의 육아 때문에 한참을 쉰 그녀는 영화 '파괴된 사나이'에서 아이를 잃어버린 엄마 민경 역으로 팬들과 8년 만에 만난다.

출산-육아 때문에 아직 학부생 교수님들도 배우 란 걸 몰라요 서른여덟에 찍은 첫 영화 아쉽지만 이젠 활동 전념해야죠

▶못 알아보는 교수님 "직원이야?"

38세. 아홉 살, 네 살짜리 두 아들을 뒀지만 아직 학부생(성균관대 영상학과)이다.

"이 나이까지 학교 다니는 게 너무 부끄러워요.(웃음) 그런데 46학점이나 남아서 두 학기 동안 20학점씩 듣고 계절학기 6학점까지 들어야 돼요." 학교를 못 마친 것은 입학한지 얼마 안되어 한 결혼과 육아 때문이다. 그런데 늦게 다니는 학교에서 재미있는 일이 많았다. "전공수업 교수님들은 당연히 저를 아시죠. 하지만 교양과목 교수님들은 아무도 못 알아보셨어요."

심지어 이번 영화 때문에 수업을 빠진다고 사유서를 제출하자 한 교수님은 "싸이더스HQ(소속사)? 거기 직원인가?"라고 묻기도 했다. "영화 시사회에 참석해야 한다고 했더니 80명 학생들 앞에서 '이러면 형평성에 어긋나지, 직원이고, 취직을 했어도!'라고 호통치시는 거예요. 나중에야 '그 박주미가 이 박주미야?' 하시더니 실례했다고 사과하셨어요. 저야 감사하죠, 저를 20대로 봐주신 셈이라. 하하." 20대로 위장하는 데 성공했지만 그래도 세월을 느낀다. "제 프라이드가 화장 한 얼굴과 안 한 얼굴이 큰 차이 없다는 거였거든요. 그런데 요즘은 완전히 착각이었다고 느껴요. 제가 안 꾸며도 어려 보인다고 생각했는데, 이젠 아니더라고요."

▶처음 찍은 영화, 조금은 아쉬워

포털 사이트의 박주미 필모그래피에는 이번에 개봉하는 '파괴된 사나이' 말고도 작품이 두 개 더 올라와 있다. '길 찾기'와 '어린 연인'이다. 그러나 "오랜만에 영화를 찍는다"고 말을 건네자 박주미는 "아니에요, 다 잘못된 거고 '파괴된 사나이'가 제 첫 영화예요"라며 고개를 저었다. 평소 인터넷을 잘 쳐다보지 않는다는 박주미는 이번에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보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넣어야 될 것들은 빠지고, 출연하지도 않은 작품들이 들어가 있더군요. 인터넷에는 그렇게 잘못된 정보가 많은 것 같아요." 최근 드라마 '나쁜 남자'에 출연중인 오연수와 관련된 '대타 논란' 때문에 상처를 많이 받았다는 박주미는 "인터넷이 무섭단 걸 느꼈어요. 아주 조금이지만 인터넷에 상처받고 죽는 사람들의 마음도 좀 이해가 갈 정도였어요"라며 속상한 표정을 지었다. 박주미는 이 일로 공식 사과문까지 냈다.

처음 찍는 영화라 나름 노력을 했지만 결과는 다소 아쉽다고. "얼굴도 좀 그을리게 칠하고, 머릿결도 상하게 한 건 맞아요. 하지만 워낙 오랜만의 연기라 순발력을 잃었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현실에서 애들이랑 정신없이 살다가 혼자서 내뿜는 처연함을 연기하려니 몰입이 안 된 부분도 있고요. 아쉬운 점이 있지만, 제 분량이 많지 않아서 다행(?)이지요." 이제는 아이들이 어느 정도 컸으니 다시 활발하게 활동할 뜻도 내비쳤다. "이번 연기를 하고 나서, 배우가 제대로 된 모습을 보이려면 정말 계속 활동해야 하는구나 생각했어요. 돌아오기까지 걱정 많이 했지만 이제 출산, 육아 부담이 없으니까요. 지켜봐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