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계 어른'이 본 현대사… 故 민관식 박사 소장품展

작년 5월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박물관 근대교육관. 고(故) 민관식 전 대한체육회장의 부인 김영호(85) 여사 시선이 낡은 흑백사진 한장에 멈췄다. 사진엔 교복 입고 모자 쓴 두 남자가 수원 서호(西湖)를 배경으로 어깨동무하고 있었다. 사진 왼쪽 귀퉁이엔 '1937년 10월 9일 수원 서호에서 민형(閔兄)을 차저(찾아)'라고 쓰여 있었다. 바로 남편과 그의 친구였다.

한동민 수원박물관 학예팀장은 "사진은 고인이 수원농림전문학교(현 서울대 농생대) 재학 시절 일본에 유학 중이던 고향 친구가 찾아와 함께 찍고 각자 1장씩 나눠 가진 것이었다"며 "김 여사는 이후 집으로 돌아가 고인의 옛 사진첩에서 같은 사진을 발견하고 수원박물관에 고인의 유품 기증을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정·관계 및 체육계 등에서 왕성히 활동했던 고인이 생전에 모은 스포츠·정치·행정 분야 자료와 기념품 등을 선보인 경기도 수원박물관 특별기획전 '소강 민관식과 그의 컬렉션'이 지난달 23일 성공적으로 끝났다. 이 기획전은 작년 7월 고인의 유족들이 수원박물관에 고인의 소장품 2만9451점을 기증하기로 결정, 올 2월 26일 기증식을 가지면서 이뤄졌다.

고인은 1918년 경기도 개성 출생으로 3~5대 민의원, 6·10대 국회의원을 거쳐 1971~74년 문교부 장관을 지냈고, 1964~71년 대한체육회장, 1968~71년 대한올림픽위원회(KOC) 위원장을 역임하며 태릉선수촌을 건립했다. '수집광'이었던 고인은 학창시절부터 사소한 것 하나도 버리지 않고 모아, 수집품이 5만여점에 이르렀다. 이 때문에 고인의 서울 한남동 자택은 한국 현대사를 집약한 역사박물관 같았다. 2006년 1월 고인 사후엔 부인 김 여사가 '민관식 컬렉션'을 자택에 꾸며 보관해 왔다.

기획전에서는 고인이 1964년 도쿄올림픽 등 각종 국제 대회에서 수집한 기념품과 사진, 역대 대통령들의 선물, 근대 정치 자료, 일상 소품 등이 다양하게 전시됐다. 2002년 솔트레이크올림픽 김동성 선수의 명예 금메달과 기념 배지, 고인이 된 '아시아의 물개' 조오련씨가 1974년 테헤란 아시안게임에서 딴 금메달 등도 있다.

김세영 수원박물관 전문위원은 "관람객들이 고인의 정치활동과 관련된 사진과 영상 자료 등에 큰 관심을 보였다"며 "앞으로 기증 사료관 및 전시공간을 만들고 생활사 측면에서 가치가 높은 240권에 달하는 고인의 사진 앨범을 아카이브로 구축하는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