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영화] 딸 유괴범 잡으려 神을 버리는 목사… 그런데 고뇌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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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아쉽지만 재밌게 만든 스릴러 '파괴된 사나이'

우민호 감독 데뷔작 '파괴된 사나이(1일 개봉)'는 감독의 의욕 과잉이 결과적으로 영화를 얼마나 산만하게 만드는지 보여주는 사례로 남을 것 같다. 이 영화는 시종 관객보다 두어 발짝 앞서 울컥거리며 감정을 토한다.

목사 주영수(김명민)의 다섯살 난 딸이 어느 날 유괴된다. 그의 아내(박주미)는 백방으로 딸을 찾아나서지만, 주영수는 신에 대한 믿음을 버리고 딸도 포기한다. 8년이 지난 어느 날 범인(엄기준)으로부터 다시 전화가 온다. 주영수는 딸을 찾다가 사고로 식물인간이 된 아내 대신 범인 추적에 나선다.

신의 대리인인 목사가 신을 저버린다는 설정은 흥미롭다. 딸을 되찾고 범인을 잡으려고 아내의 보험금을 챙기는 극단의 부성(父性)도 그럴듯한 장치다. 게다가 범인은 초고가의 하이엔드 오디오 수집광이다. 이것이 이 영화의 트리트먼트(구체적 줄거리)였을 것이다.

그러나 영화는 자신에게 닥친 패륜 앞에서 신을 내동댕이치는 목사의 폭발적 고뇌를 전혀 다루지 않는다. 초반 예배 장면에서 신에게 욕설을 뱉는 것으로 끝이다. 실종아동부모협회까지 만들면서까지 아이를 포기하지 않는 아내에게 오히려 "이제 좀 그만 하라"며 타박하던 주인공이 유괴범 추적에 일생을 걸게 되는 대전환도 매끄럽지 않다. 더군다나 범인의 극악한 범죄 동기가 오디오 명기(名器) 수집(속칭 '바꿈질')이라니, 오디오애호가(audiophile)들에겐 편치 않은 시나리오이며 일반인도 설득하기 쉽지 않은 스토리다. 신을 배반하기까지 파괴된 역할을 맡은 김명민의 연기는 그 '사나이'의 내면을 보여주지 못한 채 단속(斷續)된다. 창문이 밀폐된 채 고속으로 달리는 열차에서 돈 가방을 창 밖의 범인에게 내던져야 하는 주인공, 여기저기 지문과 핏자국 남기면서 연쇄살인 저지르는 범인, 범인 위치 추적 한번 제대로 하지 않는 경찰도 영화를 엉성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