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LG배 세계기왕전] 때늦은 후회

〈제10보〉(106~120)=김지석은 올해 초 끝난 제11회 농심배 국가대항전 때 첫 주자로 출전, 3연승을 올려 한국 우승의 주춧돌을 놓았던 기사. 하지만 가진 기량이나 위치로 볼 때 국제무대에서 좀 더 분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2005년 10회 삼성화재배, 13·14회 LG배 등 세 차례 국제무대 본선서 거둔 승수가 1승에 불과하기 때문. 3년 연속 본선에 오른 이번 LG배 성적이 특히 주목을 모았던 이유다.

상변에서 패(覇)싸움이 시작됐다. 107 팻감을 듣지 않고 패를 해소하는 것은 안 될까? 참고도를 보자. 백이 3으로 끊어 좌상 일대 흑을 모두 잡을 수만 있다면 그래도 좋다. 아니, 그것으로 바둑은 역전된다. 하지만 12까지 진행된 후 A와 B가 맞보기. 귀의 백을 다치지 않고 흑을 잡는 수단이 없어 이 진행은 백이 택할 수 없다.

막상 패싸움이 시작되고 보니 백은 앞서 △ 등 여러 곳에서 절대 팻감을 마구 날려버린 게 후회막급이다. 때려죽인 건 백인데 팻감은 흑이 많다. 경솔함을 후회해 봐야 때는 늦었다. 116으로 늘자 흑은 여유 있는 손길로 117에 두어 패를 해소했다. "우하귀에서 네 재주가 어느 정도인지 구경 한 번 하자"하는 표정으로. 자, 120 때 흑 최선의 응수는 어디? (109 115…▲, 11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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