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 페이퍼진] 시네마 오디세이 - '맨발의 꿈'
입력 : 2010.07.01 14:14
| 가슴을 울리는 그 간절한 눈빛들 |
새처럼 작고 여린 한 소년이 운다. 참고 참았던 서러움이 눈물로 비어져 나온다. 더 어린 여동생과 교회에서 먹고 자는 동티모르의 고아소년 뚜아. 그가 마침내 축구를 할 수 있게 됐다. 뚜아는 키가 작아서, 체격이 왜소해서 번번이 외면당했다. 외톨이가 되어, 친구들이 공 차는 모습을 먼 발치서 바라봐야 했다. 소년도 멋진 축구화를 신고, 유니폼을 입고, 친구들과 축구를 하고 싶었다. 끊임없이 운동장을 맴돌았다. 마침내 한국인 코치가 뚜아를 팀원으로 받아들인다. 축구화를 건넨다. 그 순간, 뚜아의 눈에서 서러움과 기쁨이 뒤섞인 눈물이 흘러내린다. 소년은 입술을 깨문다.
내전의 상처로 물든 동티모르 유소년축구팀의 코치 김원광(박희순). 그는 어른 뚜아나 다름없다. 한때 촉망받는 축구선수였지만, 지금은 사기꾼 소리나 들으며 떠도는 신세다. 서울의 아들마저도 그를 무시한다. 김원광은 한국사회에서 외면받고 외톨이로 떠돌다가, 가난한 동티모르에서 맨발로 공을 차던 소년들을 만난다. 우여곡절 끝에 축구팀을 꾸린다. 그는 축구에 삶을 거는 소년들을 보며 눈물을 흘린다. "이번 만큼은 끝을 보고 싶다"고 야무지게 입술을 깨문다.
'맨발의 꿈'(감독 김태균)은 감독의 안타깝고 애틋한 눈물과 소년들의 서러운 눈물로 빚어진다. 그 외로움과 서러움과 가난의 눈물이 환희의 눈물이 되는 과정을 담백하게 그린다. 영화의 홍보 카피는 '동티모르 한국인 히딩크 감동 실화'다. 김신환 감독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축구선수 출신 김 감독이 2003년 동티모르에서 유소년 축구팀을 창설, 불과 1년만에 국제유소년대회에서 우승한 이야기다.
서사는 사실 단순하다. 떠돌이 김원광은 동티모르에서 마지막 승부수를 던진다. 커피장사로 대박을 터뜨리겠다는 꿈에 부푼다. 사기를 당하고 귀국하려다가 맨발로 공을 차는 아이들을 보고 무릎을 탁 친다. "저 아이들에게 축구화를 팔자." 김원광의 이상한 독점사업(?)은 호황을 누린다. 아이들에게 짝퉁 축구화를 팔고, 하루 1달러씩 2개월 동안 갚으라고 한다. 그러나 아이들에게 1달러는 너무나 큰 돈이다. 당연히 어른들의 반대가 만만치 않다. 김원광은 돼지 내기 시합을 하며 그 아이들을 훈련시킨다. 팀 해체와 귀국이라는 우여곡절을 끝에 대사관 직원 박인기(고창석)의 도움으로 국제대회에 출전해 우승한다.
영화 자체로 보면, '맨발의 꿈'은 매우 전형적이다. 인물, 전개, 주제, 결말 등 모든 면에서 익숙하다. 축구가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스포츠의 매력을 강조하지 않는다. '못난 것'들이 고난을 극복하고 꿈을 이루는 휴머니즘이 돋보이는 영화다.
주인공 김원광은 우리 사회에서 실패자로 규정된 인물이다. 동티모르의 역사와 어린이들도 비슷하다. 동티모르는 450년이나 포르투갈의 식민지였다. 21세기 최초로 독립국이 됐지만, 불과 6일만에 인도네시아의 침공을 받은 약소국이다. 게다가 내전으로 인해 거리에서 총격전이 벌어지고, 어린이들마저 적과 동지로 양분돼 있다.
영화 전개방식도 익숙하다. 각자의 나라에서 소외된 김원광과 어린이들이 축구를 매개로 만나고, 처음에는 서로에 대한 불신과 갈등으로 티격태격하고, 그 과정에서 우정과 신뢰가 싹트고, 마침내 화해한 후 꿈을 이룬다. '국가대표'와 거의 같은 설정이다. 종목만 스키점프에서 축구로 바뀌었을 뿐이다. 동티모르의 정치 상황이 추가된 점 정도가 다르다.
다소 작위적인 설정도 눈에 띈다. 유소년축구팀 라모스와 모따비오의 반목과 대립, 화해 과정이 그렇다. 내전의 상처로 인해 라모스와 모따비오의 아버지, 친척들은 상대의 가족들을 죽음으로 몰고 갔다. 둘은 당연히 원수같은 사이다. 라모스와 모따비오는 축구 경기를 하면서도 서로에게 패스하지 않는다. 하지만 축구는 모든 상처를 껴안는다. 두 어린이는 축구를 통해 화해하고, 팀을 우승으로 이끈다. 축구는 이념보다 크고 무겁다. 정치적 입장이 다른 사람들을 용광로처럼 하나로 묶어낸다.
여러 단점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마음에 적지 않은 울림을 남긴다. 축구화 값 1달러 대신 닭을 가져와 "내가 키운 것이어서 살이 많다"고 말하는 모따비오, 인도네시아 프로팀에 가고싶어 외제차를 훔치려던 라모스의 간절한 눈빛은 오래 기억에 남는다. "가난하다고 꿈도 가난해야 하느냐"는 질문은, 김원광의 것이자 동시에 아이들의 내면이다. 우리 모두의 질문으로 되돌아온다. 상처투성이 어린이들이 꿈을 향해 힘을 모으고, 사회의 루저가 그 어린이들에게 꿈을 심어주면서 자신의 꿈도 이뤄가는 과정이 충분히 따뜻하고 감동적이다. '맨발의 꿈'은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보는 영화다.
다만 사건이 건너뛰어 이야기 흐름이 툭툭 끊어지는 편집은 아쉽다.
< dada@sportschosun.com>
내전의 상처로 물든 동티모르 유소년축구팀의 코치 김원광(박희순). 그는 어른 뚜아나 다름없다. 한때 촉망받는 축구선수였지만, 지금은 사기꾼 소리나 들으며 떠도는 신세다. 서울의 아들마저도 그를 무시한다. 김원광은 한국사회에서 외면받고 외톨이로 떠돌다가, 가난한 동티모르에서 맨발로 공을 차던 소년들을 만난다. 우여곡절 끝에 축구팀을 꾸린다. 그는 축구에 삶을 거는 소년들을 보며 눈물을 흘린다. "이번 만큼은 끝을 보고 싶다"고 야무지게 입술을 깨문다.
'맨발의 꿈'(감독 김태균)은 감독의 안타깝고 애틋한 눈물과 소년들의 서러운 눈물로 빚어진다. 그 외로움과 서러움과 가난의 눈물이 환희의 눈물이 되는 과정을 담백하게 그린다. 영화의 홍보 카피는 '동티모르 한국인 히딩크 감동 실화'다. 김신환 감독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축구선수 출신 김 감독이 2003년 동티모르에서 유소년 축구팀을 창설, 불과 1년만에 국제유소년대회에서 우승한 이야기다.
서사는 사실 단순하다. 떠돌이 김원광은 동티모르에서 마지막 승부수를 던진다. 커피장사로 대박을 터뜨리겠다는 꿈에 부푼다. 사기를 당하고 귀국하려다가 맨발로 공을 차는 아이들을 보고 무릎을 탁 친다. "저 아이들에게 축구화를 팔자." 김원광의 이상한 독점사업(?)은 호황을 누린다. 아이들에게 짝퉁 축구화를 팔고, 하루 1달러씩 2개월 동안 갚으라고 한다. 그러나 아이들에게 1달러는 너무나 큰 돈이다. 당연히 어른들의 반대가 만만치 않다. 김원광은 돼지 내기 시합을 하며 그 아이들을 훈련시킨다. 팀 해체와 귀국이라는 우여곡절을 끝에 대사관 직원 박인기(고창석)의 도움으로 국제대회에 출전해 우승한다.
영화 자체로 보면, '맨발의 꿈'은 매우 전형적이다. 인물, 전개, 주제, 결말 등 모든 면에서 익숙하다. 축구가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스포츠의 매력을 강조하지 않는다. '못난 것'들이 고난을 극복하고 꿈을 이루는 휴머니즘이 돋보이는 영화다.
주인공 김원광은 우리 사회에서 실패자로 규정된 인물이다. 동티모르의 역사와 어린이들도 비슷하다. 동티모르는 450년이나 포르투갈의 식민지였다. 21세기 최초로 독립국이 됐지만, 불과 6일만에 인도네시아의 침공을 받은 약소국이다. 게다가 내전으로 인해 거리에서 총격전이 벌어지고, 어린이들마저 적과 동지로 양분돼 있다.
영화 전개방식도 익숙하다. 각자의 나라에서 소외된 김원광과 어린이들이 축구를 매개로 만나고, 처음에는 서로에 대한 불신과 갈등으로 티격태격하고, 그 과정에서 우정과 신뢰가 싹트고, 마침내 화해한 후 꿈을 이룬다. '국가대표'와 거의 같은 설정이다. 종목만 스키점프에서 축구로 바뀌었을 뿐이다. 동티모르의 정치 상황이 추가된 점 정도가 다르다.
다소 작위적인 설정도 눈에 띈다. 유소년축구팀 라모스와 모따비오의 반목과 대립, 화해 과정이 그렇다. 내전의 상처로 인해 라모스와 모따비오의 아버지, 친척들은 상대의 가족들을 죽음으로 몰고 갔다. 둘은 당연히 원수같은 사이다. 라모스와 모따비오는 축구 경기를 하면서도 서로에게 패스하지 않는다. 하지만 축구는 모든 상처를 껴안는다. 두 어린이는 축구를 통해 화해하고, 팀을 우승으로 이끈다. 축구는 이념보다 크고 무겁다. 정치적 입장이 다른 사람들을 용광로처럼 하나로 묶어낸다.
여러 단점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마음에 적지 않은 울림을 남긴다. 축구화 값 1달러 대신 닭을 가져와 "내가 키운 것이어서 살이 많다"고 말하는 모따비오, 인도네시아 프로팀에 가고싶어 외제차를 훔치려던 라모스의 간절한 눈빛은 오래 기억에 남는다. "가난하다고 꿈도 가난해야 하느냐"는 질문은, 김원광의 것이자 동시에 아이들의 내면이다. 우리 모두의 질문으로 되돌아온다. 상처투성이 어린이들이 꿈을 향해 힘을 모으고, 사회의 루저가 그 어린이들에게 꿈을 심어주면서 자신의 꿈도 이뤄가는 과정이 충분히 따뜻하고 감동적이다. '맨발의 꿈'은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보는 영화다.
다만 사건이 건너뛰어 이야기 흐름이 툭툭 끊어지는 편집은 아쉽다.
< dad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