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KET & MONEY] 현대건설·상선 주가 급등… 범현대家 주가 요동

범현대가(家)의 주가가 1일 강하게 움직였다. 현대건설 인수에 정몽구 회장의 현대·기아차 그룹이 참여한다는 조선일보와 조선비즈닷컴(chosunbiz.com)의 단독 보도 내용이 전해지자 관련 종목 주가가 요동쳤다.

1일 현대차와 기아차는 전날보다 각각 5.19%, 3.36% 내린 13만7000원과 3만16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현대차의 시가총액은 하루 만에 31조8290억원에서 30조1779억원으로 줄어들며 1조6491억원이 날아갔다. 현대건설을 인수할 경우 재무구조가 악화될 것이란 우려감이 주가에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기아차의 현대건설 인수를 지원할 것으로 알려진 현대중공업은 1.91% 하락한 23만500원에 장을 마쳤다. KCC의 주가도 1.52% 떨어졌다.

반면 매물(賣物)인 현대건설의 주가는 강세를 보였다. 강력한 인수후보의 등장으로 M&A(인수·합병) 성사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날 전체 증시의 하락 속에서도 전날보다 5.64% 오른 5만99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그동안 현대건설 인수 의지를 보여온 현정은 회장의 현대그룹 상장사들의 주가도 뛰었다. 주력 계열사인 현대상선의 주가는 4.75% 올랐고 현대엘리베이터와 현대증권도 각각 8.02%, 3.40% 상승했다. 채권단과의 재무구조개선 약정 체결 시한이 연장됐고 현대상선의 실적이 개선된 상황에서 현대·기아차의 인수 추진 소식이 호재로 겹쳤다.

또 현대건설은 현대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현대상선의 지분을 8% 넘게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현대·기아차가 현대건설을 인수하면 현대그룹의 경영권에까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통상 경영권 분쟁이 벌어지면 지분 취득경쟁이 벌어지기 때문에 주가가 오른다. 이런 점도 이날 현대상선 주가 상승에 일부 반영된 것 같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현정은 회장은 현대건설 인수를 최우선 과제로 추진해왔다. 하지만 3조~4조원으로 예상되는 현대건설의 인수 가격이 현대그룹에 부담이 될 것이라는 평가가 끊이지 않았다.

현대·기아차 그룹이 경쟁사로 등장하면서 인수 가능성이 작아진 점이 오히려 주가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이다. 현대·기아차의 주가 하락에 대해서는 ‘단기 악재’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인수 여력도 충분하다는 평가다. 현대·기아차는 4조원에 달하는 현금성 자산을 갖고 있다. 현대모비스·현대제철 등을 포함하면 그룹 전체의 현금성 자산이 최대 11조원에 이른다.

현대건설이 매년 3000억~40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만큼 거액을 들여 인수해도 최대 5년이면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는 점도 이날 증권가에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졌다.

IBK투자증권 고태봉 연구위원은 “현대중공업과 KCC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현대·기아차를 지원할 경우 현대·기아차가 부담해야 하는 인수금은 2조원 남짓”이라며 “현대·기아차의 실적을 봤을 때 부담이 가지 않는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또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측면에서 앞으로 현대건설 인수 문제로 주가가 크게 밀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