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제작노트] 행복한 조각가

천재조각가 이원형<사진 오른쪽·wonhlee@rogers.com>과 다시 만났습니다. 그날 그는 꽤 홀가분한 표정이었습니다. 국내에서 개최한 자선조각전 수익금 전액을 유니세프에 기증하고 돌아오는 길이라고 했습니다. 같은 시각 아프리카 콩고에선 '대한민국 국민'의 이름으로 그가 기증한 조각 제막식이 대통령궁 앞에서 열리고 있었답니다. 올 1월부터 계획했던 일들이 그날 마무리된 겁니다.

▶그날 조각가는 행복한 표정이었지만 전 씁쓸했습니다. 1원 한장 안 제하고 전액을 기부했는데 유니세프가 줬다는 기념품이 초라하다는 느낌이었습니다. 뭔가를 바라고 한 일은 아니었겠지만 예술가의 어려운 사람들에 대한 사랑치곤 '보답'이 조금…. 이번 주 4면 건국대 기사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왜 우린 자기희생에 대해 인색한지 모르겠습니다.

▶지난주 SK그룹 기사에 대해 한 기업인이 이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요즘 우리나라 기업하는 꼴을 보면 IMF 이전으로 되돌아간 것 같다." 2003년부터 담합(談合)을 했다는 걸 지적하는 말이었습니다. 안하무인, 황제식 경영으로 전 국민이 그 고통을 당한 지 불과 10여년 전의 일입니다. 곱씹어볼수록 섬뜩한 말입니다.

▶그런가 하면 '소월의 눈물' 기사와 관련해선 명암(明暗)이 있었습니다. '안타깝다' '소월문학관 부지를 무상으로 제공하겠다'는 반응이 있었던 반면 한 독자는 "당신 왜 '소월의 눈물'이란 제목을 달았어!" 하는 식으로 따지더군요. 본인이 비슷한 연구를 한 모양입니다. 신원이라도 밝혔으면 좋았으련만 졸지에 '산업스파이' 취급을 당하고 말았습니다.

▶정두언 의원 인터뷰가 평지풍파(平地風波)를 몰고 온 지 정확히 2년하고도 스무날 정도가 지났더군요. 2년 전 기사와 지금을 비교해보면 독자 여러분들은 뭐가 바뀌었는지, 아니면 그때와 비슷한 상황인지를 굳이 설명드리지 않아도 잘 알 수 있을 겁니다. 참으로 권력은 모든 이를 우매하게 만드는 모양입니다.

▶마감날, 건장한 대학생 2명이 기획취재부에 배치됐습니다. 인턴기자들이었습니다. 그 중 한명의 이력을 보니 중남미(中南美)에 관심이 많더군요. 덕분에 '비장한 국가(國歌)'기사에서 몇 가지 팩트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 친구는 첫날 지면에 이름이 등장하게 됐습니다. 그 신선함이 여름 더위를 시원하게 씻어줬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