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빛 욕망, 女心을 흔드네

이보다 더 섬세하고 화려할 수 있을까.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는 대영박물관전(展) 《그리스의 신과 인간》에서는 휘황찬란한 금제 유물들이 여심(女心)을 흔든다. 황금 화관(花冠)·귀걸이·목걸이·팔찌 등 명품 장신구 5점이 전시장 한편에서 눈 부신 빛을 발하고 있다. 모두 기원전 4세기 유물로, 부장품(副葬品·죽은 사람의 내세 생활을 위해 무덤에 함께 묻는 물건)이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주는 금제 귀걸이이다. 영화 '알렉산더'에서 배우 앤젤리나 졸리가 착용했던 금제 귀걸이의 진품(眞品)이다. 둥근 무늬가 새겨진 원판과 역피라미드 형태의 장식 사이에 여인이 매달려 있고, 그 양쪽에는 욕망을 일으키는 부적을 가진 에로스가 달려 있어 관능미를 드러낸다. 둥근 원판을 확대한 사진이 함께 전시돼 있는데, 정교한 그리스 세공 기술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미세한 금 알갱이를 촘촘히 녹여 붙인 누금(鏤金)기법을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천을 짜듯 가는 금실로 직조한 황금 목걸이도 관람객의 시선을 압도한다. 너도밤나무 열매 모양의 펜던트가 장미 모양 장식에 매달려 있다. 역시 정교하게 세공된 아름다움이 우리나라의 신라 금제 장신구를 떠올리게 한다. 민병찬 국립중앙박물관 전시팀장은 "페르시아에서 시작한 세공술이 그리스에 가서 찬란하게 꽃을 피우고, 이후 중앙아시아 스키타이족을 거쳐 신라 등 동아시아로 전파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은매화 잎사귀와 열매 모양의 황금 화관도 눈길을 끈다. 무덤 안에 놓았던 장례 화관은 불멸의 영혼이 죽음을 상대로 승리했음을 뜻한다. 머리를 원으로 둘러싸는 것은 삶의 순환 주기가 완성되었음을 의미했다. 죽은 이의 나이가 어리거나 결혼하지 않은 경우에는 장례 화관이 결혼 화관도 대신함으로써 경험해 보지 못한 결혼 생활을 상징했다고 한다.

'헤라클레스 매듭이 있는 금제 관'은 금제 띠를 꼰 형태로 만들어졌다. 중앙에는 석류석이 박힌 헤라클레스 매듭이 있고, 파란색의 에나멜로 장식돼 있다. 헤라클레스 매듭은 그리스 시대에 널리 쓰이던 매듭으로, 힘센 헤라클레스가 아니면 끊을 수 없을 만큼 튼튼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금제 팔찌는 끝 부분이 황소 머리와 석류석으로 장식돼 있어 흥미롭다. 황소의 눈에는 역시 에나멜이 감입돼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전시는 8월 29일까지. 관람료 일반·대학생 1만원, 중고생 9000원, 초등학생 8000원, 만 4세 이상 유아 6000원. (02)720-25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