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시네마 리뷰] '필립 모리스'

장난기 '쏙' 뺀 짐 캐리의 '동성애 감동 로맨스'

　 짐 캐리 주연의 게이영화, '천재 사기꾼의 코믹 탈옥기'. 이쯤되면 대박 코미디 영화를 기대할 만하다. 배꼽 빠질 준비 단단히 하고, 웃음 일발 장전한 채 극장찾는 관객들은 조심하시라, 예상 외의 전개에 당황할 수 있다.

지난 1일 개봉된 '필립 모리스'는 천재 사기꾼 스티븐 러셀이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탈옥과 수감을 반복한 실화를 영화화한 것이다. 그런데 탈옥하려는 이유가 조금 특이하다. 자신의 진정한 사랑인 필립 모리스와 평생을 함께 하기 위해서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그의 머릿속엔 오직 사랑하는 남자 필립 뿐이다. 스티븐 러셀은 짐 캐리가, 필립 모리스는 이완 맥그리거가 연기하여 게이 커플의 사랑을 열연하였다.

영화는 탈옥보다 이 커플의 로맨스에 더욱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감독은 이들의 사랑을 꽤나 진지하게 그린다. 멜로드라마에나 나올 법한 유치찬란한 멘트 하나하나에도 서로를 바라보는 애절한 눈빛이 들어있고, 서로를 갈구하는 간절한 감정이 실려있다. 짐 캐리 특유의 코믹한 표정연기를 기대했던 관객이라면 의외의 모습에 실망할 수도 있다.

짐 캐리의 일품 표정연기는 간데 없고, 사랑을 갈구하는 진지한 남자의 표정 뿐이다. 그렇지만 실이 있으면 득도 있다. 비록 짐 캐리의 개성을 살리진 못했지만, 게이에 대한 거부감을 완화하는데는 크게 공헌했다. 처음 본 남자에게 "우리가 운명이라는 걸 증명하겠어!"라고 외치는 스티븐을 보면서 당황스런 실소를 터트리지만, 이내 이들이 정말 천생연분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점차 사랑에 목숨 거는 스티븐에게 빠져들고, 금발에 푸른 눈동자를 지닌 필립의 순수함에 매료된다.

　 동성애에 비해 탈옥이라는 소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적다. 생각지도 못한 방법으로 교도관들을 속이고 탈옥하는 스토리는 큰 웃음을 주기에 충분한 소재이지만, 이를 잘 활용하지 못했다. 반전을 위해 짐 캐리가 체중감량까지 해가면서 힘든 촬영을 한 점은 박수쳐 줄 만 하지만, 그렇다고 억지로 웃어줄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코미디라고 우길 수 있는 이유는, 영화 곳곳에 숨어있는 해학적인 상황들 때문이다. 감옥 안에서 이루어지는 데이트, 그래서 더욱 간절할 수 밖에 없던 스티븐과 필립. 이 영화는 결코 억지로 웃기려 하지 않는다.

이전의 짐 캐리는 잊어라! 기대만큼 웃기진 않아도, 생각보다 감동적이다. 빵빵 터지는 웃음을 원한다면 말려야겠지만, 진지하게 생각하면서도 간간히 웃을 수 있는 작품을 원한다면, 바로 이 영화가 딱이다.

< 강진민ㆍ청룡시네마 명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