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영화] 뱀파이어랑 결혼한다면서 늑대인간도 놓치기 싫어?

황혼(Twilight)에서 시작한 이 영화는 새로 뜬 달(New Moon)을 거쳐 월식(Eclipse)을 맞았다. 그 사이 이 영화가 겨냥하는 관객층도 한층 협소해졌다. '트와일라잇' 시리즈 3편인 '이클립스(7일 개봉)'는 뱀파이어를 사랑하고 늑대인간도 놓치기 싫은 10대 소녀를 둘러싼 이야기다. 지난달 30일 개봉한 미국에서 첫 주 관객의 80%가 여성이었고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니, 이번 주말 극장에 갈 때 각자 취향에 맞게 참고할 일이다.

벨라(크리스틴 스튜어트)는 에드워드(로버트 패틴슨)와의 영원한 사랑을 위해 뱀파이어가 되기로 마음먹는다. 제이콥(테일러 로트너)이 벨라 곁을 맴돌며 그녀의 사랑을 얻고자 하지만, 두 사람이 결혼하기로 한 것을 알고 충격을 받는다. 한편 에드워드 가족에게 애인을 잃은 빅토리아(브라이스 댈러스 하워드)는 새로운 뱀파이어 집단을 만들어 싸움을 걸어온다.

영상물등급위원회는 '12세 이상 관람가' 등급을 매겼지만, 사실 이 영화의 등급은 하한선보다 상한선을 두는 게 낫겠다(이를테면 20세 이상 관람불가?).

할리우드 제작자들이 한국 연예뉴스를 열심히 보는 걸까. '뱀파이어를 사랑한 소녀'에서 시작한 이 영화는 이제 소녀가 흡혈귀와 짐승남 사이에서 정신분열적 양다리 애정행각을 벌이는 이야기로 퇴행했다. 이쪽을 보면 창백한 얼굴로 실존적 고민을 하는 멋진 흡혈귀, 저쪽을 보면 구릿빛 상체에 힘을 주며 "너는 나를 사랑하잖아" 하고 울부짖는 늑대 소년이 있다. 우유부단한(다시 말해 아직 어린) 소녀는 이쪽 가서 끌어안고 저쪽 가서 입맞추며 관객들을 헷갈리게 한다. 그리고 눈보라 속 텐트 안에서 세 남녀가 소꿉놀이하는 문제의 장면! 전혀 에로틱하지 않으면서 얼굴을 후끈 달아오르게 만드는 이 영화의 정점이다. 다만 그 정점의 Y축 좌표가 플러스 값인지 마이너스 값인지는 관객에 따라 확연히 갈릴 것이다. 물론 이 모든 어색함과 낯 간지러움은, 이 시리즈의 열혈 팬들을 말리기에는 역부족이다.

[시네 업데이트] 세기의 뱀파이어 삼각 로맨스 - 92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