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어울리는 것만 골라 섞었네

팝아티스트 이동기의 개인전 〈BITTERSWEET(달콤쌉싸름)〉전(展)이 서울 강남구 청담동 갤러리2에서 열리고 있다.

이동기는 일본 만화 아톰과 디즈니 만화 미키마우스의 캐릭터를 결합한 '아토마우스'를 캔버스에 형상화해온 작가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번 전시에서는 최소 10여 조각 이상 분할된 화면을 통해 파격적인 변화를 보여줬다. 무리의 선두에서 혁명사상을 고취하는 김일성(혹은 김정일)과 피자가게 전단에서 차용한 먹음직스런 피자, 빨갛게 잘 익은 딸기 등 이질적인 여러 이미지가 중첩돼 있는 작품 〈혁명〉,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영화 중심지 할리우드(Hollywood)를 상징하는 글자 모양 팻말 아래 큼직한 다이아몬드 3개를 배치해 자본의 냄새를 물씬 풍기는 작품 〈헐리우드〉가 대표적이다.

작품들은 작가가 2년 전 '더블 비전'이라는 표제 아래 화면을 둘로 나눠 상단은 추상으로, 하단은 아토마우스 등 팝아트로 구성한 작품들의 연장선에 있다. 이동기는 "대중문화와 포르노그라피, 인류학 등에서 추출한 다층적이고 분석 불가능한 이미지의 파편들을 하나로 묶은 미국의 신표현주의 화가 데이비드 살르(Salle)에게서 영향을 받았다"며 "이질적이고 모순돼 보이는 내용을 한 화면에 섞어 내 안에 잠재돼 있는 다양한 생각들을 마음껏 드러내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에도 그의 작품을 대표하는 '아토마우스'는 등장한다. 다만 만화 속에서 사랑스럽고 귀여웠던 예전의 아토마우스와 달리 이번에는 공포로 얼룩져 있거나(작품 〈달콤쌉싸름한 교향곡〉), 눈과 입으로 노랑·빨강·파랑·초록·보라·주황이 어지럽게 뒤섞인 담배 연기를 내뿜는(작품 〈SMOKING〉) 등 다소 불량스럽다. 하나의 본질만을 명확하게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던 과거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다채로운 현상들을 골고루 표현하는 통합(convergence)의 과정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번 전시의 제목이 '달콤쌉싸름'인 까닭도 여기에 있다. 전시는 24일까지. (02)3448-2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