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LG배 세계기왕전] 자물쇠

〈제13보〉(161~178)=최고가 되기 위해선 '승부기질'로 통칭되는 근성과 독기도 필수다. 김지석은 정신적으로 강인하지 못하다는 점이 유일한 약점으로 꼽힌다. 발군의 기량으로 질주하다가도 갑자기 슬럼프에 빠지고, 자신보다 어린 특정기사에게 종종 주눅이 들며, 성인이 된 요즘까지도 이따금 바둑을 즐거움이 아닌 힘들고 괴로운 작업으로 인식하는 모습이 보인다. 가녀린 성정을 보완하면 김지석은 훨씬 더 강해질 것이다.

161은 현명한 선택. 참고1도의 강공도 가능하지만 유리한 형세에서 분쟁은 피하는 게 상책이다. 162로 한 집이라도 더 벌겠다고 참고2도 1에 두면 6까지 역습을 받게 된다. 168 절단은 물에 빠진 사람이 지푸라기라도 잡으려는 격. 173은 나중에 비마(飛馬) 끝내기를 보고 있다.

177까지 하변에 거대한 흑집이 완성됐다. 더 이상 그쪽에선 별 볼일 없음을 깨달은 저우루이양, 178의 자물쇠를 들고 나온다. 이 수로 좌변과 중앙이 봉쇄된다면 물론 백도 둘 만하다. 하지만 김지석은 즉각 통렬한 반격으로 백의 한 가닥 희망을 무참히 무너뜨린다. 어디였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