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차·부품업계 수출 '제2의 전성기'

국내 자동차업계의 수출 실적이 글로벌 경기침체 이래 최고치를 기록하며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현대·기아차 등 국내 완성차업체의 수출이 증가했을 뿐만 아니라 부품업체의 해외 수출도 급증했다.

◆완성차, 신흥국 중심으로 호황… 현지생산 늘었는데도 수출 증가

7일 지식경제부와 한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현대·기아차, GM대우, 르노삼성, 쌍용차 등 국내 완성차 5사는 올 상반기에 전년 동기(93만8837대)보다 42% 증가한 133만대를 수출했다. 이는 역대 최대였던 2008년 상반기(143만여대)에 근접한 것이다. 완성차 수출이 크게 늘어난 원인은 ▲신흥국 시장 개척 ▲북미시장의 경기 회복 ▲GM대우와 르노삼성 등 외국계 업체의 수출 증가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현대·기아차의 상반기 수출대수는 총 95만대로 전년 동기보다 32% 늘어났다. 연산 283만대 규모의 해외 현지공장이 올 들어 본격 가동되고 있는데도, 수출이 오히려 늘어난 것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해외에서 생산하지 않는 준중형차(소형 포함)와 SUV 일부 모델의 해외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준중형차인 현대차 아반떼는 상반기 10만7030대가 수출돼 모델별 수출 순위 1위를 기록했고, 기아차 포르테(10만4215대)가 뒤를 이었다.

GM대우는 상반기 30만대를 수출해 전년 상반기보다 수출이 60% 늘었다. GM대우 관계자는 "경·소형차와 준중형차가 신흥국에서 많이 팔렸다"고 설명했다. 르노삼성은 전년 동기보다 160% 늘어난 5만160대를 수출했다. 중동지역 등 신흥 시장 개척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이 주효했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수익성도 개선됐다. 브랜드 가치가 상승하며 제값을 받기 시작했다는 의미. 차 1대당 평균 수출가격은 지난해 상반기 평균 1만195달러에서 16% 상승한 1만1848달러로 올랐다. 이에 힘입어 자동차 수출액은 전년 동기(107억3000만달러)보다 58% 늘어난 169억3000만달러에 달했다. 수출대수보다 수출액 증가폭이 더욱 커진 것이다.

◆자동차 부품, 국내외 완성차업체와 손잡고 '질주'

자동차 부품의 올 상반기 수출액은 88억1000만달러로, 전년 동기(46억5000만달러)보다 90% 늘었다. 국내 산업 전 분야를 통틀어 반도체(97%) 다음으로 높은 성장폭이다. 국내 제조업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3.2%에서 4%로 증가했다. 이는 현대·기아차의 해외 공장 생산이 늘어나면서 해외납품 규모가 함께 증가한 데다, 글로벌 자동차업체에 납품하는 업체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산업연구원 이항구 성장동력산업실 팀장은 "미국·유럽·중국 완성차업체들이 한국산 부품에 대해 가격에 비해 성능이 좋다고 평가하고 있다"면서 "주요 경쟁 상대인 일본 부품업체가 엔화 강세로 가격 경쟁력을 상실한 데 따른 반사이익도 누리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 업체들의 한국산 부품 '러브콜'은 계속되고 있다. 코트라(KOTRA)는 지난달 미국 GM과 공동으로 개최한 수출상담행사에서 약 2억달러어치 수출이 이루어졌다고 밝혔다. 코트라는 한국산 부품의 '불모지'였던 일본 현지에서 지난달 닛산을 대상으로 수출 설명회를 열었다. 일본업체에서도 원가절감 압박 때문에 값싸고 질 좋은 한국산 부품의 수요가 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 밖에 독일 벤츠·BMW·폴크스바겐 등도 한국산 부품을 조달하는 전담 창구를 사내에 설치했고, 중국 자동차업체의 문의도 꾸준히 들어온다고 코트라 관계자는 밝혔다.

하반기 수출전망도 긍정적이다. 대한상의는 올 하반기 자동차 수출은 수요회복과 수출시장 다변화로 작년 하반기보다 6.6% 상승한 129만대로 전망했다. 김기찬 가톨릭대 교수는 "특히 부품업체의 경우 미국 빅3 등 주요업체의 부활과 글로벌업체의 원가절감 노력 등으로 더욱 큰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