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영화] 식은땀 안나는 스릴러지만 주인공 연기에 재미 쏠쏠

마이클 윈터바텀 감독의 새 영화 '킬러 인사이드 미(원제 The Killer Inside Me·7일 개봉)'는 불편하고도 기묘한 범죄 스릴러다. 1950년대 미국 남부의 작은 마을에서 한 남자가 벌이는 살인 행각을 그린 이 영화는 어디서도 본 적 없는 듯한 스타일의 연출과 연기로 가득하다. 등줄기에 땀을 돋게 하거나 주먹을 꼭 쥐게 하지는 않지만, 새로운 범죄 영화를 찾는 관객들에겐 적잖은 재미를 줄 것이다.

작은 마을의 경찰인 루 포드(케이시 애플렉)는 매춘녀 조이스(제시카 알바)를 마을 밖으로 추방하라는 지시를 받는다. 정작 루는 그녀에게서 피할 수 없는 매력을 느끼고 빠져든다. 약혼녀 에이미(케이트 허드슨) 모르게 조이스와 밀회를 갖던 루에게 어렸을 적의 고통스러운 기억이 떠오른다. 루는 형의 죽음과 관련된 건설회사 사장의 아들이 조이스에게 빠져 있음을 알게 된다.

"모든 여자에게 '마담' 호칭을 붙이는 텍사스"에서 여자를 폭력의 대상이자 수단으로 이용하는 성도착 연쇄살인범의 이야기는 분명히 거북스럽다. 그러므로 이토록 기이한 이야기에 도덕성 점수를 매기고픈 관객들은 접근하지 않는 게 좋다.

이 영화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케이시 애플렉이라는 낯선 얼굴 배우의 연기다. 벤 애플랙의 동생인 그는 매춘부에게 속절없이 빠져드는 경찰인 동시에 어릴 적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정신분열적 인물을 뛰어나게 연기했다. 우물거리는 그의 미국 남부 사투리는 멀쩡한 일상을 누리면서 악마적 폭력성을 토해내는 주인공의 이중인격을 상징하는 듯하다. '비열하다'라는 단어로는 미처 다 설명할 수 없는 그의 마성(魔性)이 이 영화의 8할이다.

'쥬드(1996)', '제노바(2008)' 등을 연출한 마이클 윈터바텀은 계속 관심을 갖고 지켜볼 만한 감독이다. 특히 이 영화에서 오페라 아리아 '남몰래 흐르는 눈물'이나 미국 컨트리 뮤지션 스페이드 쿨리의 노래 '쉐임 온 유(Shame On You)'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장면에 넣은 이유가 무척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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