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끼' 정재영, "브래드 피트보다 노인역 잘하려고 했죠"
입력 : 2010.07.08 11:30
| 영화는 30편 가까이 찍었고, 주인공을 주로 했다. 하지만 드라마나 CF에선 통 볼 수가 없다. 그의 얼굴을 얼른 떠올리지 못하는 사람도 많다. 정재영은 그만큼 '만능 엔터테이너'가 아닌 '영화배우'로만 살아왔다. 그는 '필모그래피로만 기억되는 배우'로 남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다. 배우 자신의 모습이 아닌 영화 속의 캐릭터로만 기억되고 싶다는 뜻이다. 실제로 5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면 티셔츠 차림으로 웃고 있는 정재영은 그가 연기한 어떤 캐릭터와도 닮지 않은, 그저 사람 좋은 40대 아저씨로만 보였다. 그런 정재영에게도 이번 연기는 파격이었다. 겨우 40세인 그가 70대 노인 역할을 하면서 화제를 불러모은 새 영화 '이끼'에 대해 그는 "지금까지 한 작품 중 가장 신경쓸 게 많은 영화였다"고 평했다. |
| 마흔살 정재영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
| '벤자민 버튼의…' 피트 연기 잘했지만 진짜같진 않아 3시간 특수 분장 고역 … 가장 신경쓸 게 많았던 영화 |
▶"필모그래피로만 기억되고 싶다"
배우들은 연기를 하는 동안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는 경험을 한다고 종종 말한다. 수많은 배역을 맡았지만 '트레이드 마크'가 딱히 없는 정재영. 로맨틱 코미디, 스릴러, 시대극까지 못 하는 역할이 없는 그가 어떻게 배역에서 풀려나 자신으로 돌아오는지가 궁금했다. 이번의 천용덕 이장처럼 강렬한 역할은 후유증이 더 크지 않았냐고 물었다. 하지만 정재영은 "글쎄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는 것도 아니니까요"라는 의외의 대답을 내놓았다. "다른 역할을 하기 위해서 자신을 비우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이론적인 거죠. 계속 거기 그렇게 들어가 있다간 숨막혀 죽을 것 같아요. 초반에만 분위기를 잡기 위해서 좀 들어간 척 하고, 그러는 거죠."
그는 '필모그래피로만 기억되는 배우'를 지향하면서도 완전히 다른 인물이 될 수는 없다는 것을 확실하게 인식하고 있었다. 반면 영화의 또다른 주인공인 유해국 역의 박해일은 "그 캐릭터가 되기 위해 공백기에는 자신을 완전히 가라앉혔다가 다른 캐릭터로 채운다"는 대조되는 말을 했었다. 정재영은 그 말을 듣고 "박해일, 하여간 보면 신기해요. 어쩐지 영화 찍을 때 나를 적대시하더라고요"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박해일은 몇 안 되는 친한 배우죠. 작업을 같이 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상당히 진지하더군요."
그래도 이번 역할은 정재영에게 힘겨웠다. "제 나이와 비슷한 역할이었으면 그렇게 역할과 저 자신 사이를 왔다갔다 하기가 쉬웠을 텐데, 나이든 캐릭터라 다른 영화보다 훨씬 진지하게 임했어요. 한 48시간 동안 몰입감을 유지하려고 했더니 '정말 빨리 끝났으면' 싶더군요."
배우들은 연기를 하는 동안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는 경험을 한다고 종종 말한다. 수많은 배역을 맡았지만 '트레이드 마크'가 딱히 없는 정재영. 로맨틱 코미디, 스릴러, 시대극까지 못 하는 역할이 없는 그가 어떻게 배역에서 풀려나 자신으로 돌아오는지가 궁금했다. 이번의 천용덕 이장처럼 강렬한 역할은 후유증이 더 크지 않았냐고 물었다. 하지만 정재영은 "글쎄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는 것도 아니니까요"라는 의외의 대답을 내놓았다. "다른 역할을 하기 위해서 자신을 비우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이론적인 거죠. 계속 거기 그렇게 들어가 있다간 숨막혀 죽을 것 같아요. 초반에만 분위기를 잡기 위해서 좀 들어간 척 하고, 그러는 거죠."
그는 '필모그래피로만 기억되는 배우'를 지향하면서도 완전히 다른 인물이 될 수는 없다는 것을 확실하게 인식하고 있었다. 반면 영화의 또다른 주인공인 유해국 역의 박해일은 "그 캐릭터가 되기 위해 공백기에는 자신을 완전히 가라앉혔다가 다른 캐릭터로 채운다"는 대조되는 말을 했었다. 정재영은 그 말을 듣고 "박해일, 하여간 보면 신기해요. 어쩐지 영화 찍을 때 나를 적대시하더라고요"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박해일은 몇 안 되는 친한 배우죠. 작업을 같이 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상당히 진지하더군요."
그래도 이번 역할은 정재영에게 힘겨웠다. "제 나이와 비슷한 역할이었으면 그렇게 역할과 저 자신 사이를 왔다갔다 하기가 쉬웠을 텐데, 나이든 캐릭터라 다른 영화보다 훨씬 진지하게 임했어요. 한 48시간 동안 몰입감을 유지하려고 했더니 '정말 빨리 끝났으면' 싶더군요."
▶브래드 피트를 뛰어넘다?
처음에 강우석 감독이 만화 원작 '이끼'를 같이 해보자고 했을 때 정재영은 당연히 자신이 '유해국'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유해국은 아버지가 숨을 거둔 시골 마을에 와서 수수께끼에 둘러싸인 마을 사람들과 치열하게 대립하는 인물이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강 감독은 원작을 보자마자 이장 노인 천용덕 역으로 정재영을 생각했다고. "아무리 봐도 유해국은 나이도, 이미지도 저하고 안 맞는 거죠. 그렇다고 다른 캐릭터가 맞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이상하다 했더니 감독님이 노인 역할을 하라고 하시더군요."
부담은 상상 이상이었다. 일단 한국 영화에서 그렇게 30년 이상의 나이차를 연기한 경우가 없었다. "할리우드 영화 중에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라는 영화가 있죠. 그 영화에서도 브래드 피트가 노인 연기를 잘 하긴 했지만, 아무래도 관객에게 리얼하게 다가오진 않아요. 후한 평가라고 해 봐야 '참 노인 연기를 잘 하네'고, 진짜 노인으로 다가오지를 못하죠."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캐릭터 자체로 보이기를 고집하는 정재영이기 때문에 이것은 힘든 요구였다. 하지만 기왕 하기로 한 이상 브래드 피트보다 잘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다들 빤히 내가 젊은 걸 아는데, 노인 역할에 관객이 몰입할 수 있을까 고민 많이 했습니다. 결과야 어쨌든 엎질러진 물이니까요. 아름다운 도전이었다고 생각해요.(웃음)"
그렇게 부담이 컸던 만큼 정재영은 "'이끼'가 지금까지 한 작품 중 가장 신경쓸 게 많은 영화였다"고 말했다. "한 12시간 정도는 노인 분장이 유지되지만, 여름이라 힘들었어요. 하지만 이제 찍은 지 5개월쯤 되니까 힘든 건 다 까먹었고, 좀 더 잘할 걸 하는 아쉬움만 남았네요."
정재영의 천용덕 이장이 그냥 '노인 연기를 잘 하네'가 아니라 '진짜 노인이라고 생각된다'는 평가를 받을지는 관객의 판단에 달렸다.
처음에 강우석 감독이 만화 원작 '이끼'를 같이 해보자고 했을 때 정재영은 당연히 자신이 '유해국'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유해국은 아버지가 숨을 거둔 시골 마을에 와서 수수께끼에 둘러싸인 마을 사람들과 치열하게 대립하는 인물이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강 감독은 원작을 보자마자 이장 노인 천용덕 역으로 정재영을 생각했다고. "아무리 봐도 유해국은 나이도, 이미지도 저하고 안 맞는 거죠. 그렇다고 다른 캐릭터가 맞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이상하다 했더니 감독님이 노인 역할을 하라고 하시더군요."
부담은 상상 이상이었다. 일단 한국 영화에서 그렇게 30년 이상의 나이차를 연기한 경우가 없었다. "할리우드 영화 중에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라는 영화가 있죠. 그 영화에서도 브래드 피트가 노인 연기를 잘 하긴 했지만, 아무래도 관객에게 리얼하게 다가오진 않아요. 후한 평가라고 해 봐야 '참 노인 연기를 잘 하네'고, 진짜 노인으로 다가오지를 못하죠."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캐릭터 자체로 보이기를 고집하는 정재영이기 때문에 이것은 힘든 요구였다. 하지만 기왕 하기로 한 이상 브래드 피트보다 잘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다들 빤히 내가 젊은 걸 아는데, 노인 역할에 관객이 몰입할 수 있을까 고민 많이 했습니다. 결과야 어쨌든 엎질러진 물이니까요. 아름다운 도전이었다고 생각해요.(웃음)"
그렇게 부담이 컸던 만큼 정재영은 "'이끼'가 지금까지 한 작품 중 가장 신경쓸 게 많은 영화였다"고 말했다. "한 12시간 정도는 노인 분장이 유지되지만, 여름이라 힘들었어요. 하지만 이제 찍은 지 5개월쯤 되니까 힘든 건 다 까먹었고, 좀 더 잘할 걸 하는 아쉬움만 남았네요."
정재영의 천용덕 이장이 그냥 '노인 연기를 잘 하네'가 아니라 '진짜 노인이라고 생각된다'는 평가를 받을지는 관객의 판단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