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 페이퍼진] '영역 파괴' 스크린 장악...전업 성공한 스타들
입력 : 2010.07.08 14:10
| 아이돌 스타 재발견 '포화속으로' 히어로 우뚝 |
| "17세 애띤 얼굴 보여 주려 운동 않고 배역에만 몰입" |
최승현은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 "가수로서든 연기자로서든 항상 신선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 이적후 눈부신 활약…충무로 접수 |
◆전업 성공 스타 ② : '연극배우' 최민식-송강호 '뮤지컬배우' 조승우 '성우' 한석규
전쟁영화 '포화속으로'를 통한 빅뱅 최승현(T.O.P)의 성공적인 스크린 점령은 다시 한 번 연예계 이적생들의 눈부신 활약상을 떠올리게 한다.
재주꾼들이 모인 연예계에는 장르를 뛰어넘는 스타가 많다. 연기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아 마이크를 잡는 스타가 있는가 하면 넘치는 끼를 주체하지 못해 무대와 스크린, 브라운관을 종횡무진 누비는 스타도 있다. 아예 데뷔 장르를 버리고 다른 장르에 완벽하게 녹아든 스타도 있다.
그렇다면 잠시 마이크를 내려놓고 '포화속으로'의 흥행을 이끌고 있는 가요계 톱스타 최승현과 같이 스크린을 비중 있게 장식하는 다른 장르 스타에는 누가 있을까.
연극 무대에서 다진 탄탄한 연기력으로 스크린을 점령한 대표적인 배우로는 최민식과 송강호를 꼽을 수 있다. 누구나 인정하는 최고의 배우들이다.
극단 '뿌리' 출신의 최민식은 '넘버3', '쉬리', '파이란', '취화선', '올드보이', '주먹이 운다', '친절한 금자씨' 등 출연한 작품의 명성만으로도 그 묵직한 존재감을 느끼게 한다. 대한민국 최고 권위의 청룡영화상에서 남우주연상을 두 번이나 받았으니 더 이상 무슨 설명이 필요할까 싶다.
극단 연우무대, 차이무, 새벽 등에서 활동한 독특한 컬러의 송강호 또한 흥행 보증수표로 공인된 배우다. 출연한 작품들이 화려하기 이를 데 없다. '넘버3', '공동경비구역 JSA', '살인의 추억', '괴물', '밀양', '놈놈놈', '의형제'.... 일단 캐스팅 보드에 그의 이름이 오르면 팬들은 반사적으로 기대감을 갖는다. 배우로서 그보다 더한 영광이 또 있을까.
임하룡과 같이 개그맨이 중견 배우로 변신한 경우도 있다.
상당수 팬이 그의 스크린 나들이를 최근 몇 년의 일로 인식하고 있지만, 사실 그의 스크린 데뷔는 T.O.P이 태어나기도 전인 1985년이다. 데뷔작은 심형래 배삼룡 등과 함께 출연한 코미디영화 '철부지'. 이후 '돌아온 쉰 옥수수'(1992년), '얼굴'(1999년) 등에서 주연을 맡기도 했다. 그러나 2005년 '웰컴 투 동막골'을 만나기 전까지는 작품의 색깔이나 배역의 경중을 떠나 별반 시선을 끌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그는 이 영화를 통해 제26회 청룡영화상에서 남우조연상까지 안으며 특유의 잔잔한 연기력을 공인받았다. 개그맨 이미지가 워낙 강해 분위기를 완전히 탈피하지는 못했지만, 그의 이름 앞에 '영화배우'라는 직업을 놓아 조금도 어색할 게 없다.
'말아톤', '타짜', '불꽃처럼 나비처럼' 등으로 최고 배우의 반열에 오른 조승우는 뮤지컬 배우다. 대중성이 약한 뮤지컬 무대에서 스크린으로 옮겨가면서 명성과 인기를 한꺼번에 얻었다.
또 다른 뮤지컬 스타 전수경의 스크린 나들이도 관객의 재미를 더한다. '공공의 적'(2002년), '가루지기'(2008년) 등에서 감초 같은 연기로 시선을 모았다.
가수 출신 영화배우로는 엄정화가 대표적이다. 그리고 S.E.S의 유진, 샤크라의 정려원, 씨야의 남규리, god의 윤계상, 신화의 에릭 등 인기 그룹 출신 배우들도 비중을 높여가고 있다.
89년 MBC 합창단 오디션에 합격하며 연예계에 발을 들여놓은 엄정화는 수많은 히트곡으로 가요계를 평정했고, 지금은 연기력을 인정받으며 영화배우로서의 성공신화도 활짝 열었다.
샤크라의 해체와 함께 연기자로 변신한 정려원은 지난해 정재영과 호흡을 맞춘 '김씨표류기'로 성공적인 스크린 데뷔를 했고, 윤계상과 남규리는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오가며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이밖에 가수에서 연기자로 전업한 스타로는 김창완 윤은혜 전혜빈 등이 있다. 산울림의 김창완은 숱한 드라마와 영화 출연으로 가수의 냄새를 지운 지 오래다. 드라마 '하얀거탑', '포도밭 그 사나이', 영화 '신석기블루스',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 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작품을 거쳤다.
베이비복스의 막내였던 윤은혜는 연기자로 변신해 대성공을 거둔 대표적인 신세대로 꼽힌다. '궁' '포도밭 그 사나이' '커피프린스 1호점' '아가씨를 부탁해' 등 많은 작품을 소화했다.
또 하나의 정상급 배우 한석규는 맨 처음 성우로 방송과 인연을 맺었다. 90년 KBS 공채 22기 성우로 합격했다. 그러나 성우에 만족하지 못하고 이듬해 MBC 공채 20기 탤런트 시험을 봐 합격하고 그 길로 드라마 '달'을 통해 연기자로 데뷔했다. 95년 '닥터봉'으로 스크린에 도전해 '은행나무 침대', '초록물고기', '넘버3', '8월의 크리스마스', '쉬리' 등을 거치며 최고의 배우로 거듭났다. 동국대 연극영화학과에 재학중이던 84년 MBC 강변가요제에 참가해 장려상을 받은 경력도 특이하다. 배우가 안 됐더라면 지금쯤 마이크를 잡고 있을 수도 있겠다.
< 최재성 기자 kkachi@sportschosun.com>
| 90년대 '섹시 디바' '원톱' 주연으로 떴다 |
| '인사동스캔들' 첫 악역변신 성공 '베스트셀러'로 연기력 공인받아 |
그런 점에서 '베스트셀러'는 엄정화 연기 인생의 전환점이 된 작품으로 평가할 만하다. 이 스릴러 영화에서 엄정화는 원톱 여주인공으로 출연했다. 잘 나가던 베스트셀러 작가에서 표절 혐의를 받는 쓰레기 작가로 전락한 비운의 소설가 백희수 역이었다. 7㎏을 감량하고, 온몸이 멍투성이가 되는 등 몸을 사리지 않는 투혼을 보여줬다. 세련된 작가, 다정한 엄마, 히스테릭한 작가의 모습을 훌륭하게 표현해 엄정화의 재발견'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 임정식 기자 dada@sportschosun.com>
자신을 사랑하는 여인을 눈하나 깜짝하지 않고 살해하는 냉혹한 킬러. 드라마 '아이리스'에서 보여준 '탑' 최승현의 연기는 역할이 그래서인지 다소 무거워 보였다.
아이돌 스타에서 갑작스러운 연기자로의 변신은 드라마 방송 초기 수많은 여학생 팬들의 관심사였다. 한편으론 입을 꾹 다문채 잔뜩 힘이 들어간, 약간은 어색한 그의 얼굴표정은 웃음을 자아내게 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랬던 최승현이 영화 '포화속으로'에선 당당히 주연을 맡았다. 113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대작에서 연기 초보자가 이같은 행운을 차지한다는 건 생각하기 쉽지 않은 일이다.
어쨋든 200만관객을 돌파하며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으니 최승현의 변신은 현재로선 성공적이라 할 만하다.
북한군과 맞서 싸우는 학도병 중대장 오장범 역. 전쟁의 소용돌이에 휩싸인 17세 소년의 겁먹은 눈, 사명감을 느끼며 서서히 군인이 되어가는 캐릭터 변화를 꽤 잘 표현했다는 평을 얻었다.
심리적인 혼란을 담아내는 섬세한 연기력이나 감정 조절에서 군더더기가 별로 없었다. 연기력에서 많은 발전이 있었던 셈이다.
자신도 만족스러운듯 최승현은 최근 공식 블로그를 통해 영화 관객들에게 감사의 글을 남기기도 했다.
그는 "'오장범'이라는 캐릭터를 맡고 촬영했던 기간은 정신적으로 혼란스럽기도 하고 정신이 없이 보낸 터라 반년이라는 시간이 흐르고 난 지금에서야 조금 안정을 찾았다"며 "처음 '포화속으로'라는 영화를 하고 싶다고 결심을 하게 된 이유의 목표가 이루어진 것 같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최승현은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를 통해서도 겸손하면서도 솔직한 속내를 드러냈다.
"'아이리스'에 출연하면서 나의 연기에 대한 부족함을 많이 느꼈고, 점점 더 연기에 욕심이 나기 시작했어요. 이번 '포화속으로'에서의 연기는 만족하는 것은 아니지만 최선을 다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 역할 소화를 위한 노력도 소개했다.
"가능하면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배역 속에 던지면서 진정성 있는 연기를 보여주려 했다"는 그는 "17살 오장범의 앳된 얼굴을 보여주려고 일부러 운동도 하지 않고 장범이에 몰입했다"고 말했다.
그는 촬영 시작 때부터 최승현은 잊고 살았다고 한다. 영화속 17세 소년으로의 몰입을 위해 쓸쓸하고 외로움을 느끼고자 했다.
엄격히 따지자면 최승현은 연기자로서 신인은 아니다. 지난 2007년 방영된 드라마 '아이엠 샘'에도 출연했으니 연기 입문으로 따지면 4년차인 셈이다.
그에게 있어 가수와 연기자의 차이는 무얼까.
"가수를 할 때는 내가 디자인한 탑이라는 캐릭터를 보여준다면, 연기를 할 때는 나 최승현을 보여주는 것 같아요."
그는 또 "가수로 무대에 설 때는 한순간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어야 하지만 연기할 때는 하루종일 분배해서 에너지를 쏟아부어야 하는 데, 그걸 조절하는 게 쉽지만은 않은 거 같다"고 했다.
영화 '포화속으로'를 찍으면서 고생했던 에피소드도 털어놨다.
"촬영기간 내내 연기에 집중하기 힘들 만큼 너무 추웠어요. 핫팩을 항상 온 몸에 붙이고 연기해야 했을 정도니까요. 촬영중 10평도 안되는 모텔방에서 불면증에 시달린 것도 잊을 수 없고요."
◆전업 성공스타 ③ : 엄정화
국내 여자 영화배우 중 원톱의 내공을 갖춘 연기자는 흔치 않다. 올해 개봉작 중에서는 '칸의 여왕' 전도연, '시'로 컴백한 윤정희가 주인공을 맡아 작품을 끌어가는 힘을 보여줬다.
엄정화도 연기파 배우 대열에 들어섰다고 평가할 수 있다. 지난 4월 개봉한 '베스트셀러'로 연기력을 확실히 인정받았다. 엄정화의 행보는 전도연, 윤정희가 오롯이 연기에만 매달린 것과 다르다. 엄정화는 가수와 영화배우를 겸하면서도 연기자로서 원톱의 능력을 보여준 특이한 경우다. 가수 이미지가 강했던 엄정화는 이제 충무로의 연기파 배우로 더 친숙하다.
엄정화를 가수 출신으로 기억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 하지만 연예계 데뷔는 영화로 했다. MBC합창단원으로 활동하다가 1992년 '결혼이야기'의 단역으로 얼굴을 비쳤다. 1993년에는 '바람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 한다'의 주인공을 맡았다. 이 영화의 OST 였던 '눈동자'로 가수로 데뷔했다.
90년대에는 가요계의 최고 섹시스타로 군림했다. 현재의 이효리나 손담비를 능가하는 섹시스타로 절정의 인기를 누렸다. '한국의 마돈나'로 불릴 정도였다. 2집의 '하늘만 허락한 사랑'이 빅히트하며 주목받았고 '후애', '초대', '배반의 장미', '몰라' '페스티벌', '포이즌' 등이 연속으로 빅히트하며 전성기를 맞았다. 2008년까지 모두 14장의 음반을 발표했다.
2001년 '결혼은 미친 짓이다'가 전환점이 됐다. 유부녀이면서 싱글 시간강사와 자유연애를 하는 여주인공 연희 역을 맡아 인상깊은 연기를 보여줬다. "젖었어", "넣어줘", "안에다 하지 마"와 같은 노골적인 대사를 천연덕스럽게 처리해 화제를 모았다. 제39회 백상예술대상 영화 부문 여자 최우수연기상을 수상하며 명성을 얻었다.
'싱글즈'에서도 자유롭고 화끈하고 개방적인 워킹우먼 동미로 출연, 서른 살을 앞둔 싱글 여성의 삶과 내면을 매력적으로 표현했고, 서로 다른 방법으로 잔혹한 살인을 저지르는 범죄 스릴러 '오로라공주'의 순정 역으로 연기 변신을 시도했다. 최근에는 영화배우로 주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인사동스캔들', '오감도', '해운대', '베스트셀러'에 연속으로 출연하며 스크린 스타로 자리잡았다.
엄정화는 영화에서 다양한 이미지를 연출했다. 초기에는 도회적이고 자기 주장이 강한 섹시스타 이미지가 강했다.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호로비츠를 위하여' 등에서는 인간미 넘치는 캐릭터를 선보였다. 하지만 연기력은 그다지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인사동스캔들'에서 처음 악역에 도전했다. 짙은 눈화장, 새빨간 입술 등 인상적인 스모키 화장으로 도발적이고 관능적인 에너지를 분출했다. 영화보다 엄정화의 연기 변신에 대한 호평이 꽤 나왔다. 옴니버스영화 '오감도'에서는 남편을 잃은 후 남편이 후배였던 김효진과 불륜을 나눴다는 사실을 발견하지만, 오히려 그녀와 동거하는 동성애 연기로 화제를 모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