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상희 기자의 Why?] 영화 포스터-엔딩 크레딧의 비밀
입력 : 2010.07.09 11:05
▶연장자 예우
동방예의지국답게 일단 연장자가 대접을 받는다. 난다긴다하는 여배우들이 포진했던 '여배우들'(2009)은 정확히 이 법칙을 지켰다. 극중에서 자존심 대결을 살벌하게 벌인 고현정과 최지우가 그렇다. 인기도나 지명도에선 막상막하겠지만, 71년생인 고현정이 75년생인 최지우 앞에 이름을 올렸다.물론 나이가 전부는 아니다. 여기에 플러스 알파가 복잡하게 작용한다. 경력이나 극중 상황에 따라 복합적인 판단을 한다. '무적자'에서 74년생인 주진모가 송승헌보다 두 살 많은 점도 있지만, 극중 관계도 반영됐다. "영화에서도 연장자로 나오는 주진모씨를 자연스럽게 앞에 배치하게 된 것"이라고 관계자는 말한다.
동방예의지국답게 일단 연장자가 대접을 받는다. 난다긴다하는 여배우들이 포진했던 '여배우들'(2009)은 정확히 이 법칙을 지켰다. 극중에서 자존심 대결을 살벌하게 벌인 고현정과 최지우가 그렇다. 인기도나 지명도에선 막상막하겠지만, 71년생인 고현정이 75년생인 최지우 앞에 이름을 올렸다.물론 나이가 전부는 아니다. 여기에 플러스 알파가 복잡하게 작용한다. 경력이나 극중 상황에 따라 복합적인 판단을 한다. '무적자'에서 74년생인 주진모가 송승헌보다 두 살 많은 점도 있지만, 극중 관계도 반영됐다. "영화에서도 연장자로 나오는 주진모씨를 자연스럽게 앞에 배치하게 된 것"이라고 관계자는 말한다.
| 최근 크랭크업한 영화 '무적자'의 보도자료를 보면, 주진모의 이름이 맨 앞에 있는 게 눈에 들어온다. 주진모, 송승헌. 비슷한 또래다. 굳이 구분하자면 주진모는 충무로에서 더 많은 필모그래피를 만들었고, 송승헌은 한류스타. 어떤 기준으로 주진모의 이름을 앞에 배치했을까? 포스터와 엔딩 크레딧의 이름 순서나 얼굴 사이즈를 놓고 배우들간에 펼쳐지는 신경전은 때로 상상을 초월한다. |
| 이름 순서는 인기순이 아니잖아요 |
| 연장자 예우-남자배우 우선 관행…얼굴 크기 등 신경전 |
빅스타들이 즐비하면 더욱 복잡한 방정식이 필요하다. 300만 돌파를 목전에 둔 '포화속으로'의 경우, 제작자인 정태원 대표가 직접 나서서 배우들을 설득했다. 먼저 '원톱이 아닌, 포톱 영화'라는 점을 강하게 어필, 차승원 권상우 최승현 김승우 순서로 정리했다. 김승우에겐 "할리우드에서 톱스타가 비중은 작지만 임팩트 있는 역할로 출연할 경우, 맨 뒤로 빼서 '앤드'(and) 다음에 이름을 넣어준다"며 양해를 구했다. 사실상 주인공인 최승현은 영화배우로 자리를 잡기 전이라 세번째로 이름을 올려놓았다는 설명. 포스터 얼굴 사이즈를 놓고도 팬들 사이에선 논란이 분분했다. 최승현 얼굴이 네 배우 중 가장 작기 때문이다. "얼굴 크기는 작지만 포스터 정중앙에 있다"고 밝힌 정 대표는 "이 영화를 통해 최승현이 배우로서 주목을 받게 되리란 뜻을 담고 있다"고 말했다.
▶개가 사람보다 앞선다?
개가 떡하니 사람보다 앞에 있는 경우도 있다. 바로 21일 개봉하는 '마음이 2'다. 비록 개지만, 극중 비중을 따지면 최고다. 덕분에 '마음이'를 맡은 개 '달이'는 성동일보다 크레딧에 먼저 등장한다.
물론 제작자들은 티켓 파워가 앞서는 배우 이름을 맨 앞에 놓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그러나 대부분 '대의'를 존중한다. 그래서 꽃미남 스타인 송중기는 '마음이 2'에서 중견배우 성동일 김정태의 뒤를 이어, 맨 뒤에 이름을 올렸다.
남자가 여배우 앞에 있는 관행을 깬 사례도 있다. 한때 충무로 최고 스타였던 A는 기꺼이 파트너인 여배우 B에게 이름 순서를 양보하는 미덕을 발휘했다. 그러나 A가 통 큰 스타일은 절대 아니었다. 알고 보니 당시 둘이 비밀연애 중이라 이 모든 과정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는 후문이다.
▶그때 그때 달라요
미풍양속이 매번 발휘될 수는 없다. 최근 한 화제작에선 후배 여배우가 선배보다 '앞자리'를 요구해 잔잔한 촬영장에 폭풍을 일으켰다. 이 이야기를 전해 들은 선배가 "치사하다"며 양보했으나, 뒤끝이 오래오래 남아 촬영 내내 신경전이 살벌하게 펼쳐졌다는 후문이다.
또 다른 영화에서 톱스타 C는 앞과 뒤가 다른 모습으로 홍보팀 애를 먹였다. 술자리에서 제작자에게 선뜻 이름 순서를 양보한 C는 이후 홍보 때는 사소한 일로 매번 생트집을 잡았다.
두 배우간 자존심 대결이 점화되면 애꿎은 스태프가 머리를 쥐어짠다. 고육지책으로 엔딩 크레딧이 뜰 때 이름 두 개를 동시에 내보내기도 한다. 또는 영화 본편과 포스터의 이름 순서를 달리한다. 투 톱이 아닐 때는 상황이 더 복잡해진다. 홍보 경력 15년인 한 관계자는 "세 배우가 각각 자기 이름이 왜 뒤에 있어야하냐고 촬영 초기부터 어필해 왔다"며 "맨 뒤는 물론이고, 두번째도 만족할 수 없다는 이야기에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고심 끝에 포스터와 영화 본편, 보도자료가 나갈 때마다 세 배우의 이름 순서를 다르게 하면서 간신히 비위를 맞췄다"고 말했다.
하반기 개봉을 준비 중인 또 다른 화제작의 경우, 아직도 '이름 전쟁'이 끝나지 않았다는 후문. 이 영화 관계자는 "홍보 거부 선언까지 들었다. 영화 촬영이 끝날 때까지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 배우 마음을 풀어줘야 하는데 고민이다. 이 일이 때로는 마케팅 컨셉트를 잡는 것 보다 더 어렵다"고 토로했다.
< 엔터테인먼트팀ㆍnowater@sportschosun.com>
개가 떡하니 사람보다 앞에 있는 경우도 있다. 바로 21일 개봉하는 '마음이 2'다. 비록 개지만, 극중 비중을 따지면 최고다. 덕분에 '마음이'를 맡은 개 '달이'는 성동일보다 크레딧에 먼저 등장한다.
물론 제작자들은 티켓 파워가 앞서는 배우 이름을 맨 앞에 놓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그러나 대부분 '대의'를 존중한다. 그래서 꽃미남 스타인 송중기는 '마음이 2'에서 중견배우 성동일 김정태의 뒤를 이어, 맨 뒤에 이름을 올렸다.
남자가 여배우 앞에 있는 관행을 깬 사례도 있다. 한때 충무로 최고 스타였던 A는 기꺼이 파트너인 여배우 B에게 이름 순서를 양보하는 미덕을 발휘했다. 그러나 A가 통 큰 스타일은 절대 아니었다. 알고 보니 당시 둘이 비밀연애 중이라 이 모든 과정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는 후문이다.
▶그때 그때 달라요
미풍양속이 매번 발휘될 수는 없다. 최근 한 화제작에선 후배 여배우가 선배보다 '앞자리'를 요구해 잔잔한 촬영장에 폭풍을 일으켰다. 이 이야기를 전해 들은 선배가 "치사하다"며 양보했으나, 뒤끝이 오래오래 남아 촬영 내내 신경전이 살벌하게 펼쳐졌다는 후문이다.
또 다른 영화에서 톱스타 C는 앞과 뒤가 다른 모습으로 홍보팀 애를 먹였다. 술자리에서 제작자에게 선뜻 이름 순서를 양보한 C는 이후 홍보 때는 사소한 일로 매번 생트집을 잡았다.
두 배우간 자존심 대결이 점화되면 애꿎은 스태프가 머리를 쥐어짠다. 고육지책으로 엔딩 크레딧이 뜰 때 이름 두 개를 동시에 내보내기도 한다. 또는 영화 본편과 포스터의 이름 순서를 달리한다. 투 톱이 아닐 때는 상황이 더 복잡해진다. 홍보 경력 15년인 한 관계자는 "세 배우가 각각 자기 이름이 왜 뒤에 있어야하냐고 촬영 초기부터 어필해 왔다"며 "맨 뒤는 물론이고, 두번째도 만족할 수 없다는 이야기에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고심 끝에 포스터와 영화 본편, 보도자료가 나갈 때마다 세 배우의 이름 순서를 다르게 하면서 간신히 비위를 맞췄다"고 말했다.
하반기 개봉을 준비 중인 또 다른 화제작의 경우, 아직도 '이름 전쟁'이 끝나지 않았다는 후문. 이 영화 관계자는 "홍보 거부 선언까지 들었다. 영화 촬영이 끝날 때까지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 배우 마음을 풀어줘야 하는데 고민이다. 이 일이 때로는 마케팅 컨셉트를 잡는 것 보다 더 어렵다"고 토로했다.
< 엔터테인먼트팀ㆍnowate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