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KET & MONEY] 겨우 0.25%P 올렸는데…

한국은행이 지난 9일 기준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 가뜩이나 침체된 부동산 시장 회복에는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당장 서울 강남일대 재건축 아파트는 매수 문의가 끊어지면서 호가(呼價) 하락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금리 인상 폭이 작아 직접적인 시장 충격이 크지는 않겠지만, 위축된 투자 심리를 더 얼어붙게 만들 수 있다"고 우려한다. 다만 시중 대출 금리가 그동안 꾸준히 올랐고, 추가 인상이 어려운 만큼 대출 전략을 당장 바꿀 필요는 없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그동안 금리와 집값은 밀접한 상관관계를 보였다. 금리를 올리면 대출이자 부담에 따른 매물 증가로 집값은 떨어지고, 금리를 내리면 대출을 통한 구매수요 증가로 집값이 올랐던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번 금리 인상은 상승 폭이 크지 않아 집값에 직접적인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인상 폭이 부담을 느낄 수준은 아니기 때문이다. 예컨대 1억원을 대출받은 집주인의 경우 금리가 0.25%포인트 오르면 이자는 연간 25만원, 한 달에 2만원쯤 부담이 늘어난다.

시중 은행들도 기준 금리가 올랐다고 해서 당장 대출금리를 올리기 힘들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 PB팀장은 "이미 지난달부터 금리가 조금씩 올랐기 때문에 기준금리 인상이 바로 시장에 반영될지는 더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기존 주택담보 대출자는 당장 대출 전략을 바꿀 필요는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하지만 신규 대출자는 장기적으로 금리가 더 오를 가능성이 높은 만큼 주택금융공사가 판매 중인 10년 만기 보금자리론(연 5.1~5.3%) 같은 고정금리형 대출상품이 유리할 수도 있다. 고준석 신한은행 갤러리아팰리스 지점장은 "현재 고정금리형 대출상품은 최대 연 6~7% 선으로 변동금리형이 아직은 유리하다"며 "대출 전환 시 수수료를 고려하면 대출을 갈아타기에는 이른 감이 있다"고 조언했다.

다만 심리적인 면에서 부동산시장의 위축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실제로 재건축아파트는 갑작스러운 금리 인상으로 술렁거리고 있다.

집주인들은 가격 하락 가능성 때문에 불안해하고, 매수 예정자들은 일제히 관망세로 돌아섰다.

일부 단지는 호가를 낮춰도 팔리지 않는 거래 중단 현상이 심각해 지고 있다.

강남구 개포 주공1단지는 3~4일 전보다 호가가 1000만~2000만원쯤 떨어졌지만 매수세가 사라졌다. 특히 하반기 대규모 입주가 몰려 있는 고양, 용인, 파주, 광명시 등 수도권에선 입주가 늦어지는 현상이 심화될 가능성도 있다.

용인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입주물량 증가로 가뜩이나 매물이 많은데 금리까지 오르면 누가 집을 사겠느냐"며 "분양 잔금을 마련하지 못해 연체하거나 입주를 포기하는 계약자가 속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