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끼' 홍일점 유선, "영화서도 1000만 관객 모셔야죠"

"지난해 '시청률 퀸' 해봤으니 올해는 영화에서 1000만 관객을 모셔야죠." 여배우 없기로 유명한 강우석 감독의 영화에 오랜만에 여배우가 등장했다. 올 여름 최고의 기대작인 영화 '이끼'의 홍일점 유선이다. 거친 남자들 사이에서 비밀스런 매력을 풍기면서도 소탈한 모습이던 영화 속 '영지'의 본모습은 우아하고 지적인 30대 여배우였다. 지난해 히트한 드라마 '솔약국집 아들들'이 40％가 넘는 시청률을 달성하며 '시청률 퀸'이 되는 기쁨을 누린 유선은 "TV에서 그 정도 했으니 이제 '이끼'로 1000만 관객을 모시고 싶다"고 야심차게 말했다.

'솔약국집…' 40％'시청률 퀸' 영광, 스크린서 이어가고파 선입견 없는 강감독덕에 배역따내 … 난 연기 몰입형 인간

▶치열한 물밑 경쟁 끝에 만난 '영지'

유선이 '영지'로 거듭나기까지는 힘겨운 과정이 있었다. 평소 '영화 감상 중 시계를 안 보게 만든다'는 이유로 강 감독의 영화를 좋아하던 유선은 당연히 '영지' 역에 욕심이 났다.

하지만 15년 이상 주역으로 여배우를 캐스팅한 적이 없는 강 감독의 신작을 놓고는 물밑 경쟁이 당연히 치열했다.

"'영지' 역은 이장 천용덕 역의 정재영 선배, 유해국 역의 박해일처럼 감독이나 원작자가 단번에 떠올린 적임자가 없었어요. 그래서 순조로운 캐스팅 과정은 절대 아니었죠. 박해일 정재영씨는 아주 행복한 캐스팅 사례인 거예요."

유선은 이 역할을 맡고 싶은 마음에 영화 '검은 집'에서 함께 연기한 배우 강신일에게 일부러 추천을 부탁하며 적극적인 프러포즈에 나섰다. 하지만 강 감독 만나기는 쉽지가 않았다.

"다른 제작진들과의 미팅을 한 세 번 거치고 나서야 감독님을 뵈었는데, 그 만남에서 흔쾌히 저를 허락하셨어요. 감독님께서 사실 저란 배우를 잘 모르셨던 것 같아요. 그런데 오히려 그래서 처음 대면했을 때 선입견 없이 '영지'의 느낌을 받으신 것 같고요."

많은 여배우들이 오디션을 봤다는 '영지' 역은 이렇게 유선에게 떨어졌다.

▶절권도 하는 여자

유선은 "드라마에서는 '솔약국집 아들들'을 통해서 최고의 시청률을 경험했지만, 영화에선 큰 히트작이 없는 게 한"이라며 "영화 감독님들이 아직 유선이란 배우를 잘 모르셔서 그런 것 같다"며 얼굴을 살짝 찌푸렸다.

그렇다면 유선은 어떤 배우일까.

연기를 위해서는 '그런 걸 갑자기 어떻게 하나' 싶은 것도 척척 해내는 신기한 능력을 가진 이가 유선이다. 액션에 능하지 않냐고 묻자 유선은 "몸 움직이는 것 별로 안 좋아해요"라며 손을 내저었다. 하지만 "연기에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건 굉장히 몰입해서 열심히 하죠. 벼락치기라고나 할까"라며 깔깔 웃었다.

그 '벼락치기' 중 하나가 바로 절권도. 2004년 드라마 '작은 아씨들'을 위해 장혁 김수로 등과 비슷한 시기에 절권도를 시작했다. "영화나 드라마 통틀어서 여배우가 절권도를 배운 건 처음이었어요. 그런 걸 하면 금방금방 몸에 잘 익히는 편이에요. 액션을 소화할 만큼의 운동신경은 있나봐요.(웃음) 그런데 그 배역 끝내고 금방 그만뒀어요. 절권도 계속 했으면 지금쯤은 엄청난 고수가 됐을 텐데…."

한때 절권도에 입문했던 여배우답게 유선은 "한국엔 왜 최근 나온 할리우드 영화 '솔트' 같은 것이 없는지 모르겠어요. 아무래도 여배우 '원톱'이 힘드니까 그렇겠죠? 하지만 기회만 된다면 안젤리나 졸리같은 그런 역할을 하고 싶어요"라고 희망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