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결 사이사이 선비의 혼과 멋…

서울 중구 충무로 신세계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선비문화와 목가구〉전(展)은 조선시대 목가구를 통해 선비의 기품과 멋을 보여준다.

전시에는 19세기를 중심으로 선비들의 생활공간인 사랑방에 놓였던 서안(書案)과 문갑(文匣) 등 80여점이 나왔다. 선비들은 학문을 닦는데 집중력을 흐트러뜨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 화려한 금박이나 칠보다 나무의 자연적인 무늬를 이용한 가구를 선호했다. 벼락을 맞아 썩어들어간 검은 부분을 목재로 활용한 가구는 자연스러우면서도 깊은맛을 낸다.

개인 컬렉터들과 호림박물관 등에서 전시품을 빌려온 이번 전시에는 김환기 화백이 소장했던 문갑을 비롯해 서세옥 화백이 아끼는 붓걸이, 김종학 화백의 삼층 사방탁자 등 예술가들이 애지중지해온 작품들이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서 화백의 붓걸이는 서구의 미니멀리즘 조각처럼 현대적인 감각을 보여준다. 달항아리에 심취해 작품으로도 많이 그린 김환기 화백은 문갑과 같은 옛 목가구에 대한 애정도 컸다.

전시장 한편에는 사랑채를 꾸며놓아 선비들이 어떻게 생활했는지 입체적으로 볼 수 있도록 했다.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서안이나 연상(硯床)은 중심에 놓고, 그 외의 가구들은 벽 쪽에 두었다. 서안은 주인의 자리에 놓였고, 그 옆에 문방사우(文房四友)인 종이·벼루·먹·붓을 넣은 연상이 배치됐다. 중요한 물건이나 문방용품을 보관하는 문갑은 벽 쪽에 놓였는데, 서안처럼 낮게 제작돼 공간이 넓어 보이게 했다. 사방탁자도 앞뒤로 뚫려 좁은 공간에서도 시원하게 보이는 효과가 있었다.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한 삶의 지혜를 엿볼 수 있다. 조개껍질을 바둑의 흰돌로 정하고, 강가에서 주운 검은 돌을 흑돌로 삼은 바둑판 일습도 나왔다.

이번에 전시된 목가구는 선(線)이 지극히 간결하면서도 세련돼, 조용한 아름다움을 선사하고 있다. 품위를 지키며 은근히 배어 나오는 담박한 세련미가 뛰어나다. 전시를 주관한 박영규 용인대 교수(문화재위원)는 "선비들이 유교적 이념을 바탕으로 추구했던 청렴한 정신과 삶이 사랑방에서 어떻게 드러나는지 보여주려고 했다"고 말했다. 전시는 25일까지 이어진다. (02)310-19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