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뉴스 인터뷰] '이끼' 이장役 정재영 "캐스팅 거론될때부터 욕먹어"

[스포츠조선 T―뉴스 이진호 기자] 영화배우 정재영. 종잡을 수 없는 배우다. 강렬한 눈빛에서 나오는 카리스마에 압도될만 하면 이내 이웃집 아저씨같은 웃음으로 사람을 편안하게 만드는 매력을 지녔다.

이러한 정재영의 스타일은 지금껏 그가 해왔던 작품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영화 '강철중 공공의적 1-1', '실미도' 등으로 차갑고 강인한 마초적 이미지가 굳어질만 하면 이내 '아는여자', '김씨 표류기'류의 코미디로 편안한 웃음을 주는 식이다.

하나의 정형화된 틀로 묶어 설명하려고 하면 정재영은 이내 또 다른 이미지로 변신해 미꾸라지처럼 빠져 나갔다. 대체 그는 어떤 배우일까?

영화 '이끼'의 이장 천용덕으로 돌아온 배우 정재영을 스포츠조선 T-뉴스가 만나봤다.

▶20년만에 처음으로 한계 느껴...

정재영을 만난다는 생각에 그의 강렬한 눈빛과 다부진 몸매가 먼저 떠올라 기가 눌렸다. 하지만 막상 그와 한 카페에서 마주한 짧은 시간만으로도 정재영에 대한 편견과 이미지는 180도 바뀌었다. 긴장감 보다는 웃음으로 날카로운 보다는 옆집 아저씨같은 편안함으로 긴장감을 풀어냈다.

배우로서 연기 경력이 20년 가까이 되는 정재영이지만, 그는 최근 '이끼'의 천용덕 이장에 대한 아쉬움과 흥행에 대한 부담감으로 밤잠조차 이루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이끼'라는 작품에는 충분히 만족하는데, 제 역할에 대해 100％ 만족하진 못해요. 20년만에 처음으로 제 스스로의 연기에 대한 한계를 느꼈다고나 할까... 도전만 하고 무언가는 이뤄내지 못한 느낌이라 아쉬움만 가득하죠"

국내 영화계에서 연기라면 둘째 가라면 서러울 그가 이번 영화 '이끼'의 천용덕 회장이란 역 앞에서 갓 데뷔를 앞둔 신인으로 돌아간 모습이었다. 지난 20여년 간 쌓아온 연기 커리어도 '이끼' 앞에서는 소용이 없었다고 한다.

"캐스팅에 거론 될때부터 욕을 먹고 시작했으니까요. 웹툰 '이끼'를 보신 분이라면 모두가 제가 이장으로 출연하는 것에 반대만 했다고 보시면 되죠(웃음). 영화를 보고 나신 뒤에도 '내 그럴 줄 알았다!'라는 평이 많을 것 같아요. 예상한 일이니까 감수해야죠"

▶5개월간 하루 3시간 이상의 분장 그리고 삭발

5개월 간의 '이끼' 촬영 기간은 그에게 있어 고생과 분투 그 자체였다. 영화 속에서 천용덕 이장의 3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 그려내야 했던터라 그는 크랭크인 전부터 삭발을 해야했다. 듬성듬성 무늬만 삭발이 아닌 완전 삭발로 머리를 바싹 밀었고, 5개월 동안의 촬영 기간내내 거의 매일 하루 3시간 이상 분장에 매달려야 했다.

"가발만 7개에 달할 정도로 분장에 신경을 썼어요. 만약 관객들이 천용덕 이장의 모습이 조금이라도 보였다고 평가한다면 그건 연기 때문이 아니라 분장 덕일 겁니다. "

정재영은 이번 영화의 흥행에 특히 목말라 있었다. 애착을 갖고 찍었던 전작 '김씨 표류기'가 흥행에서 쓴 맛을 봤기 때문이다. "전작 '김씨 표류기'가 평가는 좋았지만, 과정이야 어쨌든 손해를 끼친 셈이됐죠. 누구나 다 열정을 갖고 밥먹고 살자고 하는 일인데, 미안한 마음이 들 수밖에 없죠. 특히 이번 작품은 스태프 모두가 고생을 많이해서 피해받는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어요"

앞서 그가 언급한 바와 같이 웹툰 '이끼'를 먼저 본 사람들은 그의 캐스팅 소식에 상당히 많은 불만과 우려를 표했다. 그만큼 천용덕이란 인물은 영화 전체를 이끌어 나가는 핵심이다.

"웹툰 '이끼'에 애정을 갖고 계신분이라면 영화를 두번 보셨으면 좋겠어요. 처음엔 '이끼'라는 영화 자체만을, 그 다음번엔 웹툰의 천용덕과 영화 속 천용덕을 철저하게 비교하면서 말이죠. 그 다음에 관객들이 날선 비판을 하더라도 겸허히 받아들이겠습니다"

<zhenhao@sportschosun.com, 사진=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