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LG화학 없으면 美 전기차 안 움직인다

LG화학이 미국 자동차 회사인 포드(Ford)에 전기자동차용 2차전지를 공급한다.

LG화학은 14일 "포드가 2011년 판매할 예정인 전기차 '포커스(Focus)'에 장착될 2차전지 공급업체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포커스는 한 번 충전으로 100마일(약 160㎞)을 주행할 수 있는 순수 전기자동차이다. 지난해 제너럴모터스(GM)의 전기자동차 볼트(Volt)의 2차전지 공급업체가 된 LG화학은 이로써 미국 1·2위 자동차 회사에 모두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한다. 포드는 '포커스' 외에도 소형 밴과 리튬이온 배터리 기반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등의 전기자동차도 생산할 계획이다.

이번 포드와의 계약으로 LG화학의 미국 전기자동차 시장 공략은 한층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LG화학은 현재 3억달러를 투자해 미시간주(州) 홀랜드시에 2차전지 공장을 건설 중이다. 15일(현지시각) 공장 기공식에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참석할 예정이다.

◆개방적 R&D 전략으로 미국 시장 공략

LG화학이 생산하는 전기차용 2차전지는 에너지 효율이 높은 리튬 이온 전지이다. 이 시장에서 본격적인 양산체계를 갖춘 곳은 LG화학이 유일하다. LG화학은 경쟁사인 SB리모티브· 소니·NEC 등에 한발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LG화학이 주도권을 쥔 것은 개방적인 연구개발(R&D) 전략과 뛰어난 가공 기술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LG화학은 2000년 미국 자동차 본산인 디트로이트 인근에 자동차 배터리를 전문적으로 연구·생산하는 자회사인 CPI(Compact Power Inc)를 세웠다. 여기에 GM과 포드 등 미국 자동차 회사 출신의 전문 인력을 적극적으로 스카우트했다. 현재 120여명의 인력 중 한국인은 10명이 채 안 된다.

또 2004년에는 GM과 포드, 크라이슬러 등 미국 자동차 회사와 공동으로 전기자동차용 고성능 2차전지를 개발하는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이는 대부분의 배터리 업체들이 기술 보안 등의 이유로 자국 회사 자동차와 손을 잡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예컨대 파나소닉은 도요타, 산요는 혼다, NEC는 닛산과 손을 잡고 있다. LG화학 관계자는 "미국 기업과 공동 작업을 하면서 기술력에 대한 신뢰를 쌓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LG화학은 글로벌 주요 2차전지 업체 중 유일한 화학 기반 회사이다. 2차전지는 화학반응을 통해 전기를 충전하고 생산한다. 하지만 경쟁사는 대부분 전자회사. 미래에셋증권 박재철 연구원은 "오랜 기간 화학제품을 생산하면서 쌓은 기술력이 배터리 가공 과정에도 반영된다"며 "먼저 상용화를 시작함으로써 원자재 구매 등에서 원가절감 효과도 크다"고 말했다.

◆핵심 소재 기술 개발이 향후 과제

하지만 핵심 부품을 외부에서 조달하는 것은 한계. 2차전지의 4대 핵심 소재(분리막·음극재·양극재·전해질) 가운데 음극재와 분리막을 LG화학은 자체 생산하고 있지 않다. 이 두 제품이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30% 정도.

조병원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책임연구원은 "전기자동차 시장이 본격적으로 펼쳐지면 양산능력 이외에도 핵심 소재 기술에 의해 경쟁력이 좌우될 것"이라며 "일본이나 미국 기업의 특허를 침해하지 않고 핵심 소재를 개발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LG화학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공급 현황

―현대차 아반떼 하이브리드 전기차(2009년 7월)

―기아차 포르테 하이브리드 전기차(2009년 9월)

―제너럴모터스(GM) 전기차 볼트(Volt)(2010년 하반기)

―CT&T 도시형 저속 전기차(2010년 하반기)

―미국 자동차 부품회사 이튼(Eaton)의 하이브리드 상용차(2010년 11월)

―중국 자동차회사 장안기차의 하이브리드 전기차(2010년 하반기)

―볼보 '미래형 전기차' 개발 프로젝트(2011년 이후)

―포드(Ford) 전기차 포커스(Focus)(2011년 이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