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조선→전자→車·화학으로 요동치는 '시가총액 톱10'

작년 말부터 국내 경기가 본격적인 회복기에 들어서면서 시가총액 리스트에 또다시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산업의 추가 IT에서 자동차와 화학업종으로 옮겨가기 시작했다. 대표적으로 두각을 나타낸 기업이 현대자동차와 LG화학이다. 호황을 누리던 LG전자는 10위권 밖으로 도로 밀려났다.

시가총액 10위권 밖으로 밀려나 있던 현대자동차가 작년 7월 시가총액 16조원으로 7위에 올라선 데 이어, 작년 말 이후로는 삼성전자와 포스코에 이어 '넘버 3'의 위상을 굳혔다. 시가총액도 30조원으로 2년 전에 비해 배로 늘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급등한 환율에 힘입어 매출과 영업이익이 급증한 덕분이다.

화학주도 강세다. 지난해 30위권을 맴돌던 LG화학이 14일 현재 시가총액 21조2300억원으로 6위를 기록했다. 장중에는 시가총액 5위 기업인 삼성생명을 추월하며 '빅5'에 진입하기도 했다. 성공적인 산업 포트폴리오의 재편, 그리고 화학 업황의 호조가 맞물려 주가가 장중에 52주 최고가를 갈아치운 덕분이다. 정부가 오는 2020년까지 2차전지 산업에 민관합동으로 15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데다, 미국 3대 메이저 완성차 회사 가운데 2곳에 LG화학이 자체 개발한 2차전지를 공급할 것이라는 호재가 더해져 주가가 상승세를 탔다.

◆한물간 '통신·전력주'

한때 시가총액 상위권을 지배했던 통신·전력주는 투자자의 관심에서 멀어지면서 순위도 낮아졌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증시가 급락할 때는 내수소비가 주를 이루는 소비재와 통신이 대표적 경기방어주로 각광받았지만 경기가 본격적으로 회복되면서 사상 최고 실적을 기록한 다른 업종들보다 순위가 밀렸다. 2008년 7월만 해도 SK텔레콤과 KT&G는 각각 시가총액 15조원, 11조원으로 8위와 10위를 기록했다. 현재 SK텔레콤은 시가총액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통신사업자 간 경쟁이 치열해지는 바람에 순이익이 크게 향상되지 못한 탓이다. KT&G도 28위로 순위가 떨어졌다. 작년까지만 해도 시가총액 '넘버 5'의 고정멤버로 인식되던 한국전력도 정부의 요금 규제로 인해 7위까지 순위가 밀렸다.

그렇다면 올 하반기에 시가총액 변화를 주도할 기업은 어디일까. 전문가들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 환율 하락의 수혜를 입는 항공주, 경기 회복과 금리인상 수혜주인 금융주에 주목하라고 조언한다. 박종현 우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올 하반기에는 경기 회복이 본격화되면서 금융주, 항공주 등이 시가총액의 순위 변화를 이끌 것"이라며 "국제경쟁력을 갖춘 자동차 업종도 주가 상승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성병수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시가총액에 큰 변화가 있었던 기업 가운데 LG전자처럼 내부적으로 대응을 제대로 못해 주가가 하락한 기업에는 적극 투자하기가 어렵지만, 조선업처럼 경기 사이클에 따라 시가총액 순위가 밀린 기업은 지금 저점매수하면 앞으로 경기 회복기에 주가가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조언했다.

국내 증시에 상장된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 간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2008년 말 불어닥친 금융위기 이후 산업별 부침(浮沈)이 심해지면서 기업들의 업황이 크게 변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주가는 기업의 실적보다 약 6개월간 앞서가는 경향이 있어 투자자들은 이 같은 시가총액 순위 변화를 통해 국내 산업의 중심이 어디로 이동하는지를 파악하면서 투자 대상을 물색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넘버3' 현대重의 부진

코스피지수가 2000선을 넘어서며 증시 사상 최고 호황을 구가했던 2007년 10월 말~11월에 현대중공업은 시가총액이 38조원을 넘어서며 삼성전자와 포스코에 이어 시가총액 '넘버 3'에 올랐다. 당시 코스피를 2000선까지 끌어올린 일등공신은 수주 호황을 노리던 조선주였다. 2007년 현대중공업은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인 250억달러의 수주를 기록했다. 이에 힘입어 주가도 사상 최고가인 52만원대까지 올라갔다. 반면 D램 가격 폭락으로 당시 삼성전자는 주당 50만원대에 머물렀다. 현대중공업은 2008년 상반기만 해도 초대형 계약을 연이어 성사시키며 120척(166억5000만달러)을 수주, 최대 호황을 누렸다.

하지만 2008년 10월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현대중공업 주가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수주 가뭄과 발주 취소, 정부의 조선업 구조조정 방침까지 내려지면서 조선업은 증시에서 급강하했다. 38조원에 육박하던 현대중공업의 시가총액은 2008년 말에는 15조원으로 쪼그라들었고, 50만원대였던 주가도 19만원대까지 밀렸다. 시가총액 순위도 5위로 밀려났다. 작년 7월에는 다시 9위(시가총액 13조원)로 밀렸다가 작년 말에는 톱 10에도 들지 못했다.

이 틈을 타 LG전자가 등장했다. LG전자는 2007년 10월 말 시가총액 13조원으로 순위가 14위에 불과했는데 작년 7월에는 시가총액 18조원으로 4위에 올라섰다. 9만원대이던 주가도 60% 이상 오르며 15만원까지 상승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도 13개월 만에 시가총액 100조원을 돌파했다. 산업의 구심점이 조선업에서 전자업으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전자업종은 적극적인 마케팅과 환율 효과, 3세대 휴대폰, 중국 내수부양책 등을 바탕으로 글로벌 경기침체의 수렁을 가장 빨리 벗어난 선도종목으로 꼽혔다.

◆올해 증시의 중심주는 자동차·화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