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 페이퍼진] 문화-영화계 표절 시비
입력 : 2010.07.15 14:04
| '혀'등 소설 잇단 베끼기 의혹 사실 확인 어려워 '흐지부지' |
| 영화는 의도적 빌려쓰기 많아 |
지난 4월 개봉된 영화 '베스트셀러'는 한 인기 여성작가의 표절 문제를 다뤄 화제를 모았다.
영화의 내용은 이렇다. 베스트셀러 작가 백희수(엄정화 분)가 발표한 신작 소설이 그녀가 심사를 맡았던 한 공모전의 출품작을 표절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백희수는 "그 소설을 본 적이 없다"고 강력 부인한다. 백희수는 2년 동안 방황하다가 재기를 꿈꾸며 시골의 외딴 별장으로 내려간다. 그곳에서 섬뜩한 경험을 하고, 그 이야기를 소설로 쓰지만 다시 표절 논란에 휩싸인다. 영화는 백희수가 별장의 미스터리 사건을 파헤치는 스릴러로 마무리된다.
그런데 이 영화와 비슷한 사건이 실제로 일어난 적이 있다. 2008년 소설가 조경란씨가 펴낸 장편소설 '혀'가 논란이 됐다. 신인작가 주이란씨가 소설집 '혀'를 펴내면서 조씨의 '혀'가 자신의 단편소설 '혀'를 표절했다고 주장했다.
주씨는 "단편 '혀'를 한 신문사의 2007신춘문예에 응모했는데, 조씨는 당시 예심 심사위원이었다. 심사 후인 2007년 11월 조씨가 장편소설 '혀'를 펴냈다. 따라서 조씨의 '혀'는 나의 단편소설 '혀'를 베낀 것이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조씨는 "당시 심사위원을 맡긴 했으나 그 작품을 읽은 기억은 없다"고 말했다. 조씨의 '혀'를 출판한 문학동네 측은 "여러 해 전에 조씨에게서 직접 줄거리를 듣고 출판 계약을 했기 때문에 표절이라는 주장은 터무니없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이 표절 논란은 흐지부지됐다. 기본적으로 사실 확인이 어려웠다. 우선 주씨가 '혀'로 신춘문예에 응모했는지를 밝혀낼 수가 없었다. 조씨가 주씨의 단편 '혀'를 심사했는지도 확인하기 힘들었다. 통상 신춘문예 심사에서는 여러 예심 심사위원이 수 백편의 응모작을 나눠서 읽기 때문이다.
또한 두 소설은 문장이 같은 부분이 없다. 대신 핵심 소재나 아이디어는 비슷하다. 혀의 이미지, 구강성교, 사람의 혀를 요리로 사용하는 결말 부분 등이 유사하다. 하지만 이것이 표절인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뚜렷한 결론이 나지 않았다.
중견 작가의 표절 시비는 예전에도 있었다. 이인화, 신경숙, 권지예씨의 작품이 논란이 됐다.
이씨의 첫 장편소설 '내가 누구인지 말할 수 있는 자는 누구인가'는 1992년 표절 시비에 휘말렸다. 공지영과 무라카미 하루키 등 국내외 작가들의 소설 곳곳에서 문장 또는 문단을 통째로 가져다 썼기 때문이다. 이씨는 "혼성모방 기법을 사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혼성모방은 원작과 복제품의 구별이 사라진 포스트모던 사회에 걸맞은 기법이라는 것이다.
1999년에는 신씨의 '기차는 7시에 떠나네'와 '기억찾기'가 일본작가 마루야마 겐지와 프랑스 작가 패트릭 모디아노의 소설을 표절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딸기밭'은 재미유학생 A씨의 유고집 '살아있는 것이오'의 상당 부분을 베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신씨는 외국작가 표절 주장에 대해 "터무니없다"고 반박했다. 유고집에 대해서는 "승준씨의 어머니에게서 책을 받아 읽고 언젠가 소설로 쓰고 싶다고 생각했다. 유족에게 누가 될까 봐 출처를 밝히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권씨의 표절 시비는 2005년 불거졌다. 단편 '봉인'이 시골의사로 유명한 박경철씨의 수필집 '사랑이 깊으면 외로움도 깊어라'의 소재와 구성을 베꼈다는 의혹이다. 권씨는 "소설의 일부 소재를 인터넷에 떠도는 글에서 힌트를 얻었다. 하지만 표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표절 논란에 대해 한 문학평론가는 "가요처럼 문학에서도 표절에 대한 제도적인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영화 '베스트셀러'의 이정호 감독은 "현실적으로 표절을 판별해 내기란 불가능하다. 결국은 양심의 문제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밝혔다.
영화에서는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아바타'가 최근 표절 시비에 휩쓸렸다. 중국의 한 SF소설 작가가 자신이 1997년 완성한 '파랑 까마귀의 전설'이라는 작품과 '아바타'의 내용이 80％ 일치한다고 주장하면서 북경 인민법원에 1600억원대 소송을 제기했다.
영화에서는 유명 작품에서 의도적으로 빌려오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런 경우 다른 감독의 작업에 존경을 표시한다는 의미에서 '오마주'라고 표현한다. 김지운 감독은 화제작 '놈놈놈'이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의 '석양의 무법자'에 대한 오마주라고 말하기도 했다.
영화의 내용은 이렇다. 베스트셀러 작가 백희수(엄정화 분)가 발표한 신작 소설이 그녀가 심사를 맡았던 한 공모전의 출품작을 표절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백희수는 "그 소설을 본 적이 없다"고 강력 부인한다. 백희수는 2년 동안 방황하다가 재기를 꿈꾸며 시골의 외딴 별장으로 내려간다. 그곳에서 섬뜩한 경험을 하고, 그 이야기를 소설로 쓰지만 다시 표절 논란에 휩싸인다. 영화는 백희수가 별장의 미스터리 사건을 파헤치는 스릴러로 마무리된다.
그런데 이 영화와 비슷한 사건이 실제로 일어난 적이 있다. 2008년 소설가 조경란씨가 펴낸 장편소설 '혀'가 논란이 됐다. 신인작가 주이란씨가 소설집 '혀'를 펴내면서 조씨의 '혀'가 자신의 단편소설 '혀'를 표절했다고 주장했다.
주씨는 "단편 '혀'를 한 신문사의 2007신춘문예에 응모했는데, 조씨는 당시 예심 심사위원이었다. 심사 후인 2007년 11월 조씨가 장편소설 '혀'를 펴냈다. 따라서 조씨의 '혀'는 나의 단편소설 '혀'를 베낀 것이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조씨는 "당시 심사위원을 맡긴 했으나 그 작품을 읽은 기억은 없다"고 말했다. 조씨의 '혀'를 출판한 문학동네 측은 "여러 해 전에 조씨에게서 직접 줄거리를 듣고 출판 계약을 했기 때문에 표절이라는 주장은 터무니없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이 표절 논란은 흐지부지됐다. 기본적으로 사실 확인이 어려웠다. 우선 주씨가 '혀'로 신춘문예에 응모했는지를 밝혀낼 수가 없었다. 조씨가 주씨의 단편 '혀'를 심사했는지도 확인하기 힘들었다. 통상 신춘문예 심사에서는 여러 예심 심사위원이 수 백편의 응모작을 나눠서 읽기 때문이다.
또한 두 소설은 문장이 같은 부분이 없다. 대신 핵심 소재나 아이디어는 비슷하다. 혀의 이미지, 구강성교, 사람의 혀를 요리로 사용하는 결말 부분 등이 유사하다. 하지만 이것이 표절인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뚜렷한 결론이 나지 않았다.
중견 작가의 표절 시비는 예전에도 있었다. 이인화, 신경숙, 권지예씨의 작품이 논란이 됐다.
이씨의 첫 장편소설 '내가 누구인지 말할 수 있는 자는 누구인가'는 1992년 표절 시비에 휘말렸다. 공지영과 무라카미 하루키 등 국내외 작가들의 소설 곳곳에서 문장 또는 문단을 통째로 가져다 썼기 때문이다. 이씨는 "혼성모방 기법을 사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혼성모방은 원작과 복제품의 구별이 사라진 포스트모던 사회에 걸맞은 기법이라는 것이다.
1999년에는 신씨의 '기차는 7시에 떠나네'와 '기억찾기'가 일본작가 마루야마 겐지와 프랑스 작가 패트릭 모디아노의 소설을 표절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딸기밭'은 재미유학생 A씨의 유고집 '살아있는 것이오'의 상당 부분을 베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신씨는 외국작가 표절 주장에 대해 "터무니없다"고 반박했다. 유고집에 대해서는 "승준씨의 어머니에게서 책을 받아 읽고 언젠가 소설로 쓰고 싶다고 생각했다. 유족에게 누가 될까 봐 출처를 밝히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권씨의 표절 시비는 2005년 불거졌다. 단편 '봉인'이 시골의사로 유명한 박경철씨의 수필집 '사랑이 깊으면 외로움도 깊어라'의 소재와 구성을 베꼈다는 의혹이다. 권씨는 "소설의 일부 소재를 인터넷에 떠도는 글에서 힌트를 얻었다. 하지만 표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표절 논란에 대해 한 문학평론가는 "가요처럼 문학에서도 표절에 대한 제도적인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영화 '베스트셀러'의 이정호 감독은 "현실적으로 표절을 판별해 내기란 불가능하다. 결국은 양심의 문제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밝혔다.
영화에서는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아바타'가 최근 표절 시비에 휩쓸렸다. 중국의 한 SF소설 작가가 자신이 1997년 완성한 '파랑 까마귀의 전설'이라는 작품과 '아바타'의 내용이 80％ 일치한다고 주장하면서 북경 인민법원에 1600억원대 소송을 제기했다.
영화에서는 유명 작품에서 의도적으로 빌려오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런 경우 다른 감독의 작업에 존경을 표시한다는 의미에서 '오마주'라고 표현한다. 김지운 감독은 화제작 '놈놈놈'이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의 '석양의 무법자'에 대한 오마주라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