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LG배 세계기왕전] 勝着, 백 82

〈제6보〉(72~82)=이창호와 중국기사 창하오(常昊·34)는 치열하게 싸워온 와중에도 오랫동안 우정을 나눠온 사이. 99년 창하오가 8세 연상의 동료 프로 장쉔(張璇)과 결혼했을 때 이창호는 상하이로 건너가 고급시계를 선물하고 축하했다. 창하오도 최근 이창호의 결혼 소식에 즉각 축전을 보내왔다. "우리 부부는 이창호의 결혼식에 꼭 참석할 것"이라고 주위에 선언한 뒤 선물 고르기에 들어갔다는 소문.

흑▲으로 뛰어든 장면. 73때가 어렵다. 참고1도 1, 3은 귀는 확보되지만 4까지 좌변이 웅대해진다. 80까지 귀를 내주고 외세를 취한 작전이 현명했다는 결론. 여기서 좌하귀를 한 번 점검하고 넘어가자. '가'에 두면 귀의 흑은 어떻게 될까. 백이 참고2도 2와 10의 묘수를 준비하고 있어 14까지 흑이 1수 부족이다.

지금 형세는 미세하지만 백 쪽에 즐거움이 약간 더 많다는 정도. 81은 백 '나', 흑 82, 백 '다'로 처리하자는 뜻이다. 그런 뒤 중앙을 정리하면 해볼 만하다는 게 왕시의 판단. 하지만 이창호는 흑의 주문을 거부하고 82로 껴붙여갔다. 그리고 이때만 해도 이 수가 훗날 승착(勝着)으로 인정받을 줄은 아무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