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 교란種 쫓는 '추격자 3인방'

세 명의 청년들은 국립환경과학원 동물팀 이도훈·김동언(32)·김현맥 연구원이다. 환경생태학 분야 석사학위를 갖고 있는 이들은 일년 내내 지프를 타고 전국을 돌아다니며 생태계 교란종(攪亂種)들을 정밀조사하고 있다. 조사결과는 환경부가 생태계 교란종을 지정하고 관리하는 데 참고자료가 된다.

생태계 교란종은 외국에서 유입돼 급속도로 번식하며 닥치는 대로 토종 동식물을 먹어치우는 특징이 있다. 늪너구리라고 불리는 뉴트리아와 '식물계의 황소개구리'로 불리는 가시박 등 16종이 지정돼 있다. 붉은귀거북은 20여년 전 애완용으로 북미에서 들어와 토종 물고기와 개구리, 곤충은 물론 과일, 채소까지 먹어버려 2001년 생태계 교란종으로 지정됐다. 20년이 넘게 장수(長壽)하고 있어 생태계에 치명적인 위험을 주고 있다. '사람' 외엔 특별한 천적도 없다. 환경부는 석탄일에 붉은귀거북을 방생하면 2년 이하 징역, 최대 1000만원의 벌금을 물리고 있지만, 해마다 붉은귀거북이 방생되고 있다.

3명의 동물팀은 붉은귀거북뿐 아니라 뉴트리아·황소개구리 그리고 작은 어류를 대량으로 잡아먹는 블루길 등을 끊임없이 찾아다닌다. 인천의 국립환경과학원에서 조사내용을 정리하는 월요일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외근이다. 모텔에서 눈을 붙이기 일쑤이고, 컵라면이나 초코파이로 끼니를 때울 때도 있다.

오해를 받는 일도 잦다. 김현맥 연구원은 "등산모자를 쓴 완전무장 차림으로 호수공원에 그물을 펼쳐놓으면 주민들이 신고한다"며 "출동 나온 경찰관에게 사정을 설명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라고 했다. 주말이 되면 각자 대구·시흥·서울의 집으로 흩어졌다가 월요일이면 다시 모인다. 김동언 연구원은 결혼한 지 2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신혼 초부터 주말부부가 됐다. 김 연구원은 "좋아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게 이 일"이라며 "주말에 집에 가서는 집사람에게 잘하려고 애쓴다"고 했다.

교란종의 활동이 왕성한 여름은 특히 바쁜 시기다. 붉은귀거북처럼 산란기가 여름인 동물들은 전국을 누비며 집중 조사해야 한다. 이들은 '뺑뺑이 조사'라고 부른다. 이도훈 연구원은 "지난주만 해도 강원도 춘천·양양·인제·화천 등지를 다니며 주변나무를 고사시키는 걸로 유명한 꽃매미와 돼지풀잎벌레를 찾는 데 온 힘을 쏟았다"고 했다. 이번 주에는 충청도 대전과 청주, 광주광역시에서 붉은귀거북과 황소개구리의 유입경로, 번식 정도 등을 조사했다.

인터넷으로 해외에서 애완동물을 들여오는 경우가 생기다 보니 일도 더욱 늘었다. 김현맥 연구원은 "외국에서 새로운 종이 유입되는 것은 이제 피할 수 없는 현상이 됐다"며 "사람들의 관심이 없으면 우리 생태계를 지키기 힘들다"고 말했다.

15일 오후 늦은 시각, 붉은귀거북 조사를 마치자 이들은 "천안으로 간다"며 지프 트렁크에 뜰채와 투망 등을 챙겼다. 황소개구리를 조사하기 위해서다. 이도훈 연구원은 "황소개구리가 줄었다고들 하는데 아직 안심할 수 없다"며 다시 지프에 올라탔다.

지난 15일 오후 1시 광주광역시 서구 풍암호수에 등산화를 신은 세 명의 젊은이들이 밧줄로 묶어놓은 경계선을 넘어 호수변으로 살금살금 내려갔다. 약 1m 정도 너비 둔덕에 눈 뒤에 붉은 줄이 그어져 있는 거북 3~4마리가 햇볕을 쬐고 있었다.

인기척에 놀란 붉은귀거북들이 순식간에 '풍덩' 하며 호수로 뛰어들었다. 국립환경과학원 이도훈(32) 연구원은 "붉은귀거북은 소화 작용을 돕기 위해 하루에 한두 번은 저렇게 일광욕을 한다"며 "흔히 거북이 느리다고들 하지만 눈치와 행동이 빨라 발걸음을 죽여 걸어도 금방 도망간다"고 말했다. 청년들은 다시 등을 구부정하게 굽히고 엄지손가락만한 거북들의 발자국을 쫓아갔다. 맞은편 호수 둔덕에 도착하자 일광욕을 즐기는 붉은귀거북 몇 마리가 나타났다. 김현맥(28) 연구원이 "생태계를 파괴하는 동식물이 우리 주변에 퍼져있지만 사람들은 얼마나 위험한지 잘 모른다"면서 "이놈도 석탄일에 방생(放生)되면서 급속도로 번졌다"며 포획한 붉은귀거북을 들어 보였다.